가계 101%, 기업 110%

자산가격 급등…빚투 자극

주담대·신용대 동시 급증

소득증가 더뎌…이자부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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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가계 부채가 처음으로 우리나라 전체 경제 규모를 앞질렀다. 1년간 국가 전체가 벌어들인 돈으로도 1700조원에 달하는 가계의 빚을 해결할 수 없게 됐단 뜻이다. 이는 주요국 중 가장 과도한 수준으로 저리 대출로 부동산, 주식 등 자산 시장에 진입하는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경계감을 더해주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말 현재 가계 부채는 1682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0% 증가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이 7.2% 확대된 가운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역시 6.8%로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다. ▶관련기사 3면

이로써 국내총생산(GDP·명목·2019년 4분기~2020년 3분기) 대비 가계신용의 비율은 101.1%로 해당 통계 편제 이후 처음으로 100%를 상회했다. 기업대출을 포함한 전체 민간신용은 GDP 대비 211.2%로 작년 3분기보다 16.6%포인트 상승했다. 민간 부문의 부채가 GDP의 두배 수준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분기 현재 171.3%로 전년동기대비 10.7%포인트 상승했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부채가 훨씬 빠르게 증가한 결과다. 그러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45.3%로 작년보다 2.0%포인트 하락했다. 부채보다 자산이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3분기 금융부채는 작년 3분기보다 6.8% 증가했고, 금융자산은 11.5% 확대됐다. 자산의 팽창은 부채를 녹이는 효과를 주는데, 이를 노린 가계가 리스크를 감내하고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식 등의 투자에 나선 결과로 보인다. 주식 매매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받는 신용융자는 올해에만 10조원이 늘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경제 여건에 비해 가계 빚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단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달 국제금융협회(IIF)가 세계 34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해 발표한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은 나라는 레바논(116.4%)과 한국 밖에 없다. 레바논은 항구 폭발 사고로 GDP가 급격히 감소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한 셈이다.

코로나19로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행한 미국도 81.2%이고 중국(59.8%), 일본(65.3%) 등 고질적으로 부채 리스크가 지적되는 나라들도 우리나라보다 한참 밑이다. 34개국 평균(65.3%)과도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분기말 우리나라의 신용갭(Credit-to-GDP gap)은 13.8% 11년만에 10%를 넘어섰고, 수치 자체로는 37년만에 최대다. 신용갭은 GDP 대비 민간신용의 비율이 장기 추세치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지표화한 것으로 10% 이상이면 부채 누적치가 위험해진 경보 단계로 분류한다.

한은은 이날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가계의 소득여건 개선이 미약할 경우 취약가구를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늘어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