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모도원(日暮途遠).’

‘해는 곧 지는데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아 있다.’ 격동의 한 해를 보내면서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과 관련해 많은 사람이 느끼는 공통적 소회다.

난국의 시기에 현실 경제 여건에 맞는 실용주의 정책 결정이 절실한 때다.

최근 미국의 일부 교회에서 ‘블루(blue) 크리스마스 예배’를 많이 드린다고 한다. 사별·이혼·실직 등으로 외롭고 마음에 상처받은 사람을 위로하는 예배라고 한다.

우리 전통풍속에 의하면 동짓날(올해는 12월 21일)은 벽사( 邪)의식을 하는 날이다. 새해를 앞두고 사악한 기운을 멀리하기 위해 팥죽을 쑤어 출입문, 부엌, 집 주변에 뿌려 잡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려는 민속이다. 팥의 붉은색은 태양과 불의 상징으로 잡귀를 물리치고, 팥죽에 들어가는 새알심은 새의 알처럼 새로 깨어나는 재생(再生)의 의미로 나이 먹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코리아 블루(우울한 대한민국)’의 현 상 황에서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코리아 화이트(희망의 대한민국)’로 도약하기 위해선 청년층 일자리 문제, 위기의 자영업자, 주택시장 정상화, 프레임 정치 차단 등 전반적인 정부 정책의 과감한 ‘리셋(재생)’이 필요하다.

첫째,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대학졸업생, 실업계 고교졸업생들의 일자리 문제다. 20대 청년세대는 코로나19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취업 기회조차 빼앗겼다. 졸업을 연장해 대학을 2년, 3년 이상 더 다니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미래 한국경제가 좋아야 그나마 청년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만 어두운 경기 예측이 많다.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V자’ 성장이 아닌 ‘K자’ 성장을 예측한다. K자 성장이란, 일부 유망 업종은 성장하고 나머지 업종은 반대로 더욱 쇠락하는 ‘양극화 심화’ 성장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심각한 현실 경제 상황을 거꾸로 인식하고 기업을 옥죄는 법률이 다수 통과됐다.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에 기업을 옥죄면 그 피해는 미취업 청년층과 영세서민에게 귀착된다. 우물 안에서 세상을 보지 말아야 한다.

둘째,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감내하는 대면(對面)업종의 자영업자, 중소기업과 관련 종사자들의 문제다. 자영업자들은 지난 3년 동안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코로나19라는 핵펀치를 맞았다. ‘애프터(after)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문화와 자동화 보급이 확산되면 전통적 자영업자는 한계에 도달할 공산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플랫폼 시대에 맞는 내수 진작을 위한 발상 전환의 상상력과 영감이 필요하다.

셋째, 높은 세금인상을 통한 주택의 수요억제 정책을 계속 추진하는 문제다. 내년 서울시 단독주택의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이 10.48%다.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은 훨씬 높을 것이다. 원래 ‘웨딩 블루’는 결혼을 앞둔 신부의 심리적 불안감과 일시적 우울증을 나타내는 용어다. 이제 ‘웨딩 블루’의 의미가 거주할 집을 못 구하는 ‘우울한 결혼’으로 바뀌고 있다.

주택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솝 우화 속 태양과 북풍의 ‘지나가는 나그네의 겉옷 벗기기 내기’처럼 세금 정책도 따뜻함과 유연함이 승리한다는 교훈을 되새겨보자.

넷째, 선량한 국민에게 이분법적 선택과 줄서기를 강요하는 프레임 정치의 문제다. 처절한 반성과 함께 감성팔이 선동정치에 대해 냉정한 비판과 준엄한 심판이 필요하다.

선출직 고위직은 ‘세도(勢道)는 유한하다’는 ‘세불십년(勢不十年)’의 진리를 되새기고 겸손해져야 한다. 내년은 선거의 해다. 서울·부산시장 선거, 차기 대통령 후보 경선이 있다. 미래 세대에 독이 될 수 있는 미사여구(美辭麗句) 선심성 공약은 없어야 한다. 향후 10년을 시작하는 2021년 우리 모두의 냉철한 지성이 요구된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