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교섭 하계휴가 이후 본격화…하투 강도 거셀듯
생산시설 점거 금지령 삭제…해고자 등 노조 가입 변수
정치ㆍ사회적 이슈가 노사관계와 연계 ‘악영향’ 가능성
코로나19 이후 임단협 지연에 따른 협력사 공멸 우려도
[헤럴드경제 정찬수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국내 자동차·조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 속에서 계속되는 파업으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내년 최악의 임단협 시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노조법 개정안은 공포 시점부터 6개월 뒤다. 사실상 내년 하반기부터 전 사업장에 적용된다. 자동차·조선업계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하계휴가 이후 본격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투(夏鬪)’에 대한 강도는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계는 노동계에 편향된 법안이 노사관계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경영계 요청사항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대립적·갈등적 노사관계는 더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용자 대항권 보장 차원에서 포함됐던 ‘생산시설 점거 금지령’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삭제된 것이 대표적인 갈등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노조법 42조에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라는 문구를 추가해 과도한 사업장 점거를 막으려 했으나, 여당은 노동계 반발에 해당 조항을 없앴다.
해고자·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는 규정인 노조법 제2조 제4호 단서를 삭제해 이들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조항도 마찬가지다.
산업·직종별 형태로 노조가 구성된 유럽과 달리 국내는 기업별 노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해고자·실업자 등 비(非)종사자가 기업단위 노조에 가입해 활동할 경우 힘의 균형이 노조 측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개별 기업단위의 단체교섭 의제가 본래 대상인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에서 벗어나 해고자 복직과 실업대책 마련 등 이외의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임단협 과정에서 사업장 점거를 통한 파업으로 생산성 하락이 여전한데 내년 이후 이런 사례가 더 빈번해질 것”이라며 “특히 개별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치·사회적 이슈가 기업 내부 이슈와 연계해 노사관계 질서를 어지럽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용노동부와 노동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8년간 임금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 일수는 평균 43.13일이었다. 미국(5.20일), 일본(0.23일)은 물론 영국(18.06일)과 확연하게 대비된다. 노동 유연성 등 노사협력 수준도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노조의 강경 노선에 따른 교섭 지연으로 생산성 하락과 실적 악화는 진행형이다. 실제 기아자동차 노조가 ‘30분 잔업 복원’ 등을 이유로 협상 결렬을 선언한 이후 부분파업을 재개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임단협의 연내 타결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다. 노사간 수십차례의 대화에도 평행선을 거듭하고 있는 조선업계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가동률 하락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부품협력사의 고충도 내년 이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계의 근간을 이루는 부품사 간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요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내년 노사관계가 더 악화하면 이들의 어려움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