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지주회사 전환 비용 최대30조원 소요
징벌적 손배·집단소송제 소송비 10조 증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 비용 수조원 추산
지난 9일 공정거래법, 상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공정거래3법’과 노동관계법 등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들이 일제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최소 40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지주회사 전환을 마치지 못한 기업들이 법 개정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최대 30조원에 달할 전망이며, 내년 통과가 확실시되는 집단소송제외 징벌적손해배상제까지 시행되면 소송 비용은 추가로 1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해고자와 실직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한 노동관계법 시행에 따른 노무 비용의 상승과 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 비용, 해외 투기 자본의 이사회 진출에 대비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 비용까지 합하면 기업들의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규제 법안 시행으로 내년도 대규모의 기업 구조조정도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신규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는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높였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자회사 지분을 보다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에 따른 지분 확보 비용이 급증하게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기준 34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가운데 16개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전환에 나선다고 가정할 경우 지분 확보에 약 30조1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이 보다 크게 우려하는 대목은 이른바 ‘갈등비용’의 급증이다. 법무부의 입법 예고를 거쳐 이달 말 정부의 최종안 국회 제출이 유력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의 확대 도입은 막대한 소송 비용의 부담을 기업에 안길 전망이다. 전경련의 분석 결과 정부 입법예고안이 통과될 경우 30대그룹을 기준으로 소송 비용이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된다. 징벌적손해배상으로 인한 소송 증가액이 8조3000억원, 집단소송제에 따른 소송증가액은 1조7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현행 소송비용 추정액 1조6500억원 보다 6배 이상 증가하는 수치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확대로 인해 기업들은 강제로 주식을 매도해야 하고, 이로 인해 기업은 물론 주주들의 손해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라 불리는 사익 편취(내부 거래)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가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상장 계열사로 확대되면서다.
이로 인해 정의선 회장과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이 지분 29.9%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는 지분을 10% 매도해야할 처지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미 한차례 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를 위해 총수 지분 매각하는 과정에서 1주일 사이 시가총액이 2조원이나 증발한 바 있다. 삼성생명과 ㈜SK, 한화 등도 이같은 규제 대상에 새롭게 편입된다.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달 말 공포 직후 바로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해외투기자본과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10대 그룹사 가운데 9개 그룹사가 내년 주주총회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감사 위원 분리 선출 적용 대상에 해당된다. 이에 현 대주주와 외국계 헤지펀드 등이 각각 제안한 이사 후보의 선출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경영 자원의 소모가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청년 실업 등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가늠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순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