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골프 치며 이용료는 동석자가”

동석자 “대사관 지시에 50만원 결제”

대사관 내부 “기업과도 접대 골프 빈번”

대사 “골프는 쳤지만…대납은 없었어”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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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국가 주재의 한 대사가 현지에서 골프를 치며 현지에 파견된 기관과 기업에 골프비 대납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대사관 내에서 제기됐다. 대납 의혹을 받은 당사자들은 “골프를 친 것은 맞다”면서도 “골프장 이용료는 각자 납부했다”고 했지만, 대사관 내부에서는 “현지 진출 한국 기업과의 모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추가 정황을 제기했다.

8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아세안 지역 주재 A 대사는 지난 6월 6일 대사관 관계자 3명과 대사관 인근의 ‘V 골프장’에서 골프 모임을 진행했다.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현지 한국 기관 관계자들과의 골프 모임으로, 이날 행사에서는 특별히 주재국 측 고위 당국자 4명이 초청됐다.

A 대사가 골프 모임을 진행한 날은 현충일로, 외교부 본부를 비롯해 각국 주재 공관이 자체적으로 추념식 등 관련 일정을 진행했다. 대사관 내에서는 이날 모임을 두고 ‘전임 대사가 골프 접대 문제로 해임됐는데, 본부에서 (모임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게다가 대사관 직원들은 “이날 사용된 모임 비용 중 일부분을 동석한 한국 기관 관계자들이 대납했다”는 의혹을 함께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사관 관계자는 “골프장 요금이 비싸다 보니 대사관이 골프 모임에 참석한 기관 관계자들에게 일정 금액을 골프장 내 식당에서 선결제하게 한 후 대사관 직원들의 골프 비용에 보태는 식으로 대납이 이뤄져 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현충일) 역시 두 관계 기관이 골프장 내 식당에서 식비 명목으로 선결제를 했고, 이 중 실제 청구된 식비 외에 남은 금액은 대사관 직원과 초청 인사들의 골프장 이용비로 쓰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이용료를 대납한 것으로 지목된 현지 공사 지사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그날 A 대사와 골프를 친 게 맞고, 식당에서 모임비를 결제한 것도 맞다. 금액이 상당해 본국에 사유서를 써 당시 일을 기억한다”며 “당시 대사관 관계자가 ‘식비가 한국 돈으로 50만원 정도 나왔는데 현지 당국자들과의 모임이니 그쪽에서 홍보 예산을 이용해 결제하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사관 측의 제안에 따라 현지 한국문화원과 대금을 나눠 결제했다. 식사를 10명이 했는데 고급 음식점이라 대금이 좀 많이 나왔을 것으로 생각했다. 골프장 이용비를 대납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반면, 의혹의 당사자인 A 대사는 “현충일에 골프를 친 것은 맞지만, 전임자가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났던 한국문화원에 새 원장이 왔다기에 문화원의 현지 네트워킹을 돕기 위해 어렵게 진행한 모임”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식비를 나와 한 기관 담당자가 나눠 계산했다”며 “아침 일찍 골프를 치고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당시 식비를 둘이 나눠 내고 골프장 이용비는 약 12만 원이 나와 모두 각자 계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아는 주변 관계자는 “정작 당시 신임 문화원장이 골프를 치지 못해 식사만 함께 했다”며 “그날 골프를 치지 않아 혼자 셔츠에 재킷을 입고 식사만 함께한 것을 기억한다. 신임 문화원장을 위한 자리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모임이 이뤄졌던 골프장 관계자 역시 대금 관련 문의에 “고가의 와인을 팔긴 하지만, 주말 점심 코스 요리는 1인당 1만5000원 정도로 문의한 금액(50만원)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대사관 직원들은 A 대사가 현지 진출 기업과도 빈번하게 골프 모임을 즐기며 골프비를 대납받았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에도 A 대사가 ‘L 골프장’에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 법인장들과 골프를 쳤는데 당시 기업 측에서 모든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당시 모임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계열사 현지 법인장들은 대사관 직원의 소개로 대사와의 골프 모임에 참석했다. 당시 A 대사를 포함해 대사관 직원 4명과 기업 측 법인장 8명이 모임에 참석했는데, 골프 비용은 기업 측에서 사전에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기업과의 골프 모임에서는 관례적으로 사전에 대납 방식이 논의됐다. 그날도 대사관 직원들 중 골프비를 결제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통화에서 “평소 대사나 동석한 직원이 주말에 기업체 등과 고급 골프장을 다녀온 얘기를 많이 했다”며 “정작 골프장 이용비에 대해 묻자 ‘우리는 모른다’는 식으로 답해 이를 들은 대사관 직원들은 ‘접대를 받은 것 아니냐’는 뒷말을 자주 했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직원은 본부 측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대사관의 골프비 대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A 대사의 전임자 역시 업무 추진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폭언을 하고 골프장 행사에서 현지 기업으로부터 비용을 제공받은 의혹을 받고 해임됐다. 강문규·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