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서 2000억 넘는 상각 소요 진단
맨해튼 미분양아파트에 대출한 4200억 '우려'
“럭셔리 아파트, 매각에 3년 가까이 걸릴 것”
국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자금을 운용해 온 메리츠증권이 올해 막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 올초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고급 맨션을 담보로 제공했던 수천억원 규모의 대출이, 코로나19 여파로 손실 위험에 처한 탓이다.
1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해외부동산에 투자된 대출채권에서 올해 새로 2000억원이 넘는 대손상각(손실처리) 소요가 발생한 것으로 내부 진단하고 있다. 회사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확인된 상각 소요를 올해 한꺼번에 반영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보수적으로는 2500억원 상당의 충당금 설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손실이 예고된 것은 미국 뉴욕 맨해튼 고층 맨션인 '더 센트렐'에 제공한 3억5000만달러(약 4200억원)의 대출이다. 더 센트렐은 지난해 4월 맨해튼 미드타운이스트 지역에 준공된 지상 63층 건물로, 124가구 주택과 저층부 상업시설로 구성돼 있다. 센트럴파크로부터 도보 10분 거리의 양호한 입지이지만, 올초 까지도 100가구 이상이 미분양 상태였다.
이에 시행사는 앞서 개발 과정에서 일으켰던 3억달러 규모 건설PF(Construction Loan, C-Loan)를 상환하기 위해 리파이낸싱을 추진했고, 지난 2월 메리츠증권이 채권 전액을 인수했다. 미분양 부동산을 담보로 시행사에 리파이낸싱을 제공한 것은 한국 투자자 중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현지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현지 부동산 감정평가회사 밀러 새뮤얼(Miller Samuel)과 부동산 중개업체 더글라스 엘리먼(Douglas Elliman)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맨해튼 아파트 판매량은 전년 대비 46% 감소했고, 특히 럭셔리 아파트의 경우 매각에 3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월 기준 아파트 공실률은 전년 동기(2%) 대비 3배 이상 급증해 6.1%에 달한다.
부동산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주택 임대 계약은 1년 단위로 갱신되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따른 도심 탈출 수요가 올해 중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임대료와 분양가, 건물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며 "특히 고급 맨션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공급과잉 이슈가 있던 터라 공실 해소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맨해튼 고급 주거시설에 대한 현지 투자자들의 기피가 심해지면서 국내에까지 소개되는 딜이 늘어나고 있다고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한 증권사는 수천억원 규모 빌딩 통매입 딜을 개인고객들에 소개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두 자산 모두 맨해튼에 자리한 럭셔리 아파트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맨하튼 한복판의 지분투자 딜이 한국까지 넘어올 정도면, 그만큼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우려를 샀던 자산이라는 방증"이라며 "물론 부실을 반영해 싸 값에 사들여 기회를 노릴 순 있겠지만, 지금이 바닥이라는 확신이 없이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준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