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시급성' 판단이 핵심
이미 '감자'로 급한 불 진화…“굳이 올해여야 하나”
두달 전 산업은행 “상당기간 추가지원 필요 없어”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법정으로 넘어가면서, '아시아나항공 연말 위기론'이 도마에 올랐다. 기존 주주의 증자 참여 기회를 배제할 만큼 긴급하게 자금 조달이 필요했는지, 즉 아시아나항공이 연말까지 수천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지 못할 시 파산 가능성이 얼마나 높아지는지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행동주의사모펀드 KCGI 등 3자연합이 제기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가처분 신청의 첫 번째 심문이 전날 진행됐다. 재판부는 아직 가처분 인용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의 납입기일이 내달 2일로 예정돼있는 만큼 이번주 중 인용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정대립은 한진칼이 기존 주주를 배제하고 제3자에게만 신주발행 참여 기회를 부여한 것이 '경영상 시급성'에 비춰 얼마나 정당했는지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핵심이다. 상법 제418조 제1항은 '주주는 가진 주식 수에 따라서 신주의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2항에서는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으며, 한진칼 정관도 '회사의 긴급한 자금 조달을 위해' 3자 배정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한진칼과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자금 지원이 연말까지 이뤄져야 한다며 그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한진칼은 내년 하반기까지 아시아나항공에 신주 및 영구채 인수로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그중 6000억원은 계약금과 영구채 인수 명목으로 올해까지 투입된다. 한진칼은 KCGI 측의 가처분신청 인용으로 해당 자금 지원이 무산될 시, 신용등급 하락과 각종 채무의 연쇄적 기한이익 상실, 자본잠식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면허 취소, 대규모 실업사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장 연말까지 6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돼야 할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연말 사업보고서상 자본잠식률이 50%보다 높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지난 3분기 말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률은 50.2%로 기준을 초과한다. 하지만 3대1 균등 무상감자가 반영될 연말 이후로는, 4분기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감안하더라도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준의 자본잠식 우려는 해소하게 된다. 연내 증자 실패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과 이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은 '공포 조장'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앞서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로의 매각이 무산된 이후, 산업은행은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기간산업안정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당시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상당기간 추가 지원이 필요 없을 규모"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산업은행을 상대로 구조조정에 자문했던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연내 긴급하게 자금이 투입돼야 할 필요가 없다면, 기존 주주를 배제하고 산업은행으로부터만 자금을 받는 이번 결정은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며 "연내 긴급 지원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 아래 가처분신청이 인용될 경우,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딜을 무산시킬 시 항공사 통합보다는 경영권 방어가 우선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하게 되는 함정에 빠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