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 각자 받은 유산에 과세하도록 권고

세제당국, 당분간 추진 어렵다는 입장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내놨던 중장기 조세정책 로드맵 가운데 남은 과제인 상속세 개편에 난항이 예상된다.

25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재정개혁보고서를 보면 남은 과제는 상속세 개편이다. 당시 재정특위 위원들은 우리나라 상속세 부과체계를 기존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속세와 맞물려 있는 증여세에 대해서도 과표구간을 조정하고, 서민층에 대한 결혼·주택자금 공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재정특위는 국가의 중장기 조세·재정정책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명목으로 민관 위원들이 모여 2018년 4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약 1년간 활동한 조직이다. 활동을 마감한 지 2년이 다 돼간다.

현재의 유산세 방식은 개인이 상속받은 금액별로 세금을 매기는 구조다. 상속 전에 과세를 끝내고 재산을 배분하기 때문에 탈세를 막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개인의 납세 부담능력이 반영되지 않는 만큼 실제 상속액에 관계없이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 각자가 받은 상속재산의 액수에 따라 세액이 결정된다. 상속 후 과세하는 구조다. 재산을 많이 물려받는 상속인이 세금을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상속인은 적게 내는 게 형평성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세제당국은 당분간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1950년 상속세법 제정 이후 70년간 유지해 온 유산세 체계를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하는 만큼 대대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율을 올리고 내리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세법 체계의 근본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고 상당한 행정 비용도 들어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상속세를 개편하자는 목소리가 커진 만큼 유산취득세 전환과 함께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축소,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을 전반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우철 시립대 교수는 "증여세는 자기가 받은 만큼 내지만 상속세는 총액에 과세하는 이상한 구조"라며 "게다가 유산세 방식의 경우 누진과세를 하는데 최고세율까지 높은 이중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위 논의 당시에는 정부에서 조세회피 우려가 있어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었다"며 "지금이라도 상속세 전반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