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전 회장 찾아온 28세의 잡스
반도체 등 공급 협력 스마트폰시대 열어
갤럭시 맹추격에 애플 특허 침해 소송도
애플-안드로이드 진영 혁신 아이콘으로
고(故)이건희 회장은 아버지였던 이병철 선대 회장과 함께 시대의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고(故)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와 대를 걸친 인연을 이어갔다. 아버지가 동업자였다면, 아들은 시대의 라이벌이었다.
아버지와 잡스의 만남은 오늘날 전 세계를 강타한 모바일 시대를 연 시발점이었다. 미국 언론의 한국 통신원으로 근무하며 삼성을 취재했던 제프리 케인 기자는 최근 출간한 자신의 책 ‘삼성의 부상’(Samsung Rising)에서 “지난 1983년 11월 당시 삼성의 이병철 회장과 스티브 잡스가 만나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렸다”고 회고했다.
당시 73세였던 이 전 회장은 수원 공장으로 찾아온 28세의 잡스를 만났다. 잡스는 태블릿 컴퓨터 제작을 구상하며 메모리칩과 디스플레이 공급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한다.
이 동업자 관계는 아들 이건희 회장 시대로 접어들며 치열한 라이벌 관계로 변모한다.
잡스 전 CEO가 ‘소프트웨어 파워’라면 이 회장은 ‘하드웨어 파워’였다. 삼성이 스마트폰을 준비하던 2007년 1월 애플은 ‘맥월드 2007’을 통해 아이폰이란 IT 혁신의 아이콘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 시기 삼성은 자사의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아이폰의 핵심 부품 중 대다수를 출하하며 하드웨어 기술을 쌓았다.
삼성과 애플의 사이는 삼성이 갤럭시 시리즈를 출시하면서부터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의 주도 하에 삼성전자는 주력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구글 안드로이드로 전환하고 2010년 5월 첫 스마트폰인 ‘갤럭시 S’를 출시했다. 갤럭시 시리즈로 삼성전자가 맹렬히 추격해오자 긴장한 애플은 무차별적인 특허소송으로 삼성을 공격했다. 이에 삼성은 애플을 상대로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가지고 있는 모바일 관련 특허를 빌미로 역제소를 했다.
업계에서는 두 혁신가가 이끄는 기업들의 지속적인 경쟁이 스마트 기기의 기술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평가한다. 모방이 창조로, 창조가 모방으로 순환하면서 스마트 기기를 더 혁신시키고 발전시켰다는 분석이다. 정순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