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 “규제, 법보단 규범으로 접근을”
상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현실적 대안 제시
6개 단체, 與 공정경제 TF와 연이어 간담회
15일 민주연구원 토론회 앞두고 재계 총출동
기업규제 경쟁적 입법에 대한 우려·지적 전달
재계 단체 수장들이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입법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의 재계단체는 14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더불어민주당의 공정경제 태스크포스(TF)와 릴레이 정책 간담회를 갖고 규제 법안에 대한 재계의 우려와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재계는 이날 간담회가 여당에 기업들의 입장을 전달할 마지막 기회로 보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손경식 경총 회장 등 수장들이 총출동해 기업들의 고충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이에 기업규제 3법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기업들의 투자 위축 등으로 경제 전반에 가해질 타격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와 절박한 분위기가 간담회 내내 이어졌다. 박 회장은 간담회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공정경제 TF를 향해 기업 규제의 존재 이유에 대한 선제적 고민과 함께 이를 위한 법안 제정 강행의 필요성, 법안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져 향후 법안 추진 과정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박용만 “공정경제 TF 규제의 존재 이유와 부작용 등 근본적으로 따져야”=박 회장은 공정경제 TF를 상대로 3가지 차원의 고려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규제의 필요성 및 수위, 규제의 방법, 규제의 부작용에 대한 논의를 선제적으로 진행한 뒤, 법안의 추진 작업에 돌입해 달라는 주문이다. 박 회장은 “선진 경제일수록 법보다는 높은 수준의 규범을 세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법안 제정은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여당에 요청했다. 동시에 법안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이에 대한상의는 이어진 간담회에서 기업 규제 3법이 기업 경영에 부작용을 크게 가져올 내용을 조목조목 지목하며 여당의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대한상의는 핵심 독소 조항들이 가할 타격을 구체적 사례로 제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의는 특히 이날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감사위원 분리선임 안건을 반드시 철회해야 할 마지노선으로 삼고 간담회에 임했다. 투기펀드 등이 3%씩 지분을 쪼갠 후 연합해 회사를 공격할 수 있고, 그렇게 이사회에 진출한 후에 이사회의 각종 안건(벤처투자, 사업구조조정 등)에 제동을 거는 방법으로 경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당장 내년 주주총회에서 국내 10대 그룹의 지주사 및 핵심 계열사 가운데 9개 그룹사가 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대한상의는 이에 기업투명성 문제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외부감사인 지정제도,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지켜보며 도입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을 공정경제TF에 전달했다.
▶6개 단체 정치권 과잉 규제 입법 유예 거듭 호소=대한상의에 이어 오후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6개단체 부회장단이 민주당의 공정경제 TF와 간담회를 이어갔다. 손경식 경총 회장과 6개 단체 부회장단들은 기업들의 우려가 가장 큰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해 중장기적인 검토를 요청했다. 이들은 민주당 공정경제 TF에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의 유예를 요청했으며, 동시에 ▷전속고발권 폐지 ▷계열사 내부거래 규제 확대 ▷지주회사 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금융그룹감독법 제정 등의 보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6개 단체들은 이같은 의견을 담아 이달 중에는 국회에 종합 건의문도 제출키로 했다.
특히, 다중대표소송제, 전속고발권 폐지 등은 중소, 중견기업의 존폐 자체를 가를 수 있다는 점이 간담회에서 적극 강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집단소송은 장난감, 음료 등 B2C(소비자 대상 사업) 기업들이 직접 영향권인 데다, 중소기업은 소송 대응능력이 취약해 자칫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코로나 이후 경제가 활로를 찾아야 할 시기에 오히려 규제 법안이 나오면서 투자, 일자리 창출 등이 차질을 빚을 위기”라며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는 요인을 해소하는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6개 단체는 이날 국회 전반의 규제 입법 경쟁 분위기에 대한 기업들의 고충도 함께 강조했다. 기업 규제 3법뿐 아니라 노동과 산업 안전 등의 관련 법안들의 입법이 여당 내에서 잇따라 추진되고 있어서다. 이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고용보험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4개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도 이날 간담회에서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들의 입장을 여당이 반영할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하고 경제단체 수장들이 모두 나선 것” 이라며 “기업규제3법의 부작용에 대한 인식이 변하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환·정순식·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