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투쟁에 이어 국회 보이콧까지 거론하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조율과 타협에 비중을 높이며 국회 운영 기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당내 대표적 합리ㆍ온건파로 꼽히는 우윤근〈사진〉 원내대표 취임 열흘이 지나면서 당 색깔도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우 원내대표와 업무를 함께 해온 의원들은 22일 그의 스타일에 대해 ‘합리’, ‘정책’, ‘유연’으로 정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옆에서 지켜본 결과 원내대표가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가 지고 들어가면 저쪽(여당)에서 더 많이 내려놓지 않겠나는 철학을 지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은 여야가 공무원연금개혁에 시동을 걸기로 합의한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공무원연금개혁은 새누리당이 주도적으로 이끈 현안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구체적인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개혁에 동참하면서 일단 새누리당에 발을 맞춘 것이다. 청와대로부터 연금개혁에 대한 미묘한 ‘압박’이 나오는 과정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참여키로 해 새누리당도 구색을 갖추게 됐다.
이와 함께 안갯속에 있던 국회 의사일정도 속속 합의됐다. 예산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 교섭단체 대표연설, 예산심사 착수, 대정부질문 등 굵직한 일정들이 일시에 확정되면서 꽉 막혔던 국회가 비로소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반응이다. 질질 끌던 정부조직법도 TF(특별준비팀)가 구성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력을 얻게 됐다.
이에 과거 당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당이 의사 일정을 늦추면서까지 강공 전략을 쓰던 것과 달리 우윤근 체제가 되면서 국회 운영의 틀을 다지는 데 주안점을 둔다는 평가가 따르고 있다.
또 당내 이견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 원내대표가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 한 당직자는 “원내대표가 의사일정을 정하기 전에 당내 여러 의원들로부터 의견을 골고루 조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불확실성을 지양하는 우 원내대표의 정치 지론도 담겨 있다. 실제 우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예측 가능한 정치를 위해 힘쓰고 있다. 내일을 모르는 정치는 우리 당이 지향하는 정치가 아니다”라며 “국민이 바라는 예측 가능한 정치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취임 100일을 앞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에 대해 그는 “한국경제에 재앙”이라고 말하거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 회군’ 발언을 놓고 “제왕적 대통령 현실”이라고 비판하는 등 여전히 제 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거침 없는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정태일 기자/
정태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