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스팅어 마이스터’
운전재미를 추구하는 스포츠 세단은 불편하고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 일상에서의 레이싱을 꿈꾸는 가장들이 스포츠 세단 구입을 포기하는 이유기도 하다. 스팅어 마이스터 2.5터보 모델은 그런 고민에 대해 기아자동차가 말끔히 해결했다.
솔직히 스팅어 마이스터 모델에 대한 기대감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로서 본분에 충실한 탓에 내·외관 상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라이벌로 불리던 현대차 제네시스 G70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제네시스 브랜드 정체성을 확실히 반영해 ‘변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면부에서 달라진 점은 헤드램프의 형상 정도다. 헤드램프 하단을 강조했던 주간주행등(DRL)은 아래위 4개의 선 형태로 바뀌었고 프로젝션 타입의 램프는 반사식 발광다이오드(LED)로 바뀌었다. 그외에 에어인테이크 그릴 소재가 매트한 질감에서 광택이 나는 소재로 바뀐 것외에 크게 다른 점은 찾기 어렵다. 후드 상단의 가니쉬가 퍼포먼스 옵션 패키지로 빠진 점은 취향에 따라 아쉬울 수도 있다.
측면부 역시 19인치 휠 디자인 변경 외엔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외관 디자인 중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은 테일램프의 형상이다. 좌측 끝단에서 우측 끝단까지 한번에 그은 램프 형상이 깔끔하면서도 역동적이다. 기존 그래픽이 다소 우울해보이고 스포츠 세단에 어울리지 않는 다는 지적을 적극 반영한 셈이다.
내장 디자인 역시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최신 모델로선 옹색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가 10.25인치 최신형으로 바뀌고 D컷 핸들이 탑재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기존 모델이 워낙에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보여줬던 만큼 소소한 변화가 다행인지도 모른다.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이 더해진 느낌이다. 특히 블랙이나 화이트 등 무채색보다는 유채색 컬러가 어울린다.
스팅어 마이스터의 가장 큰 변화는 파워트레인에 있다. 기존의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이 최신 스마트스트림 G2.5 T-GDI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사실 기존 2.0 모델의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은 1.6톤(t)을 넘는 스팅어의 차체를 스포티하게 밀어주기에는 다소 힘이 달린다는 지적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이다. 정지 후 재출발이 다소 굼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위모델인 3.3 가솔린 터보 모델로 넘어가자니 제약이 컸다. 5000만원에 육박하는 차값도 차값이지만 370마력에 52.0㎏·m의 동력성능이 일상 주행에서는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많았다. 배기량과 반비례해 뚝뚝 떨어지는 연비도 무시할 수 없었다.
스팅어 마이스터 2.5T 모델은 이런 고민을 한번해 해결해 준다.
서울시 종로구 안국역 부터 경기도 파주시 마장호수까지 내달린 동안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기 어려웠다. 발끝 힘을 가볍게 가해도 그르렁 거리는 엔진소리와 함께 속도계 바늘이 쭉쭉 올라가는 느낌이 좋았다. 막히는 시내 주행에서도 초반 43.0㎏·m의 토크 덕분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었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에 올라서는 초입에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304마력의 힘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8단 자동 변속기의 반응이 더욱 빨라지고 핸들이 묵직해진다.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이 살짝 가미된 엔진음도 점점 커졌다.
이미 시속 100㎞로 달리다가도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기어 단수를 내리거나 순간적으로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순간 가속이 붙으며 옆차선 차량을 가볍게 제친다.
고속도로를 나오자 교외 지방도로 특유의 과속방지턱이 연이어 출몰한다. 스포츠 세단도 엄연히 세단인 만큼 스포츠성만 추구하느라 승차감을 놓친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스팅어 마이스터는 단단하지만 깔끔한 느낌으로 방지턱을 넘었다. 브레이크 티이밍을 놓쳐 다소 빠른 속도로 넘더라도 충격은 크지 않았고 후속 진동도 거의 느끼기 어려웠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4륜구동(AWD)이 제공하는 안정적인 코너링 성능이다. 다소 빠른 속도로 와인딩 코스의 코너를 돌아나갔지만 차체의 좌우 흔들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산길 노면을 네 바퀴가 꽉 움켜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속과 가속을 여러차례 반복하는 가운데에도 브램보 브레이크의 성능이 저하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소 일찍 비명을 지르는 타이어가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