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상분쟁 악화 상황서 양국 산업 협력 절실 여지도

퇴임을 앞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도 미나토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투개표에서 차기 총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연합]
퇴임을 앞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도 미나토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투개표에서 차기 총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우리 정부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총리로 취임해도 양국간 무역분쟁에 극적인 반전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가가 총재 선거에 출마하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계승을 표방한 만큼 큰틀에서 아베 정권의 방향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스가 신임총리는 한일 갈등을 촉발한 한국 법원의 일제 징용 배상 판결이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이고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철저히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다”면서 “아베 총리 내각때처럼 한일 무역분쟁 기조는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 수출규제관련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는 기존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일본 측이 전향적으로 나오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통상 전문가도 스가 내각이 출범해도 아베의 정책을 대부분 계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일 무역갈등 국면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중 통상분쟁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양국간의 산업협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아베 총리의 개인적 성향때문에 한일 문제가 악화된 것이 아니라 한일 청구권 협정에 대한 입장차가 근본 원인인 만큼 스가 시대가 개막해도 일본의 태도나 입장이 바뀔 것으로 기대할만한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중 통상분쟁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한일 간 산업 협력을 강화해 난국을 돌파하는 게 원론적으로 맞는 일”이라며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하지 않도록 경제부처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관리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지난해 7월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핵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대한국 수출허가 방식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한 것이다.이어 8월에는 우리나라를 자국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우리 정부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WTO에 제소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WTO 분쟁해결기구(DSB)는 올해 7월 일본의 수출제한조치와 관련,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분쟁해결절차에서 1심 역할을 하는 패널의 설치를 확정했다. 현재 패널위원 구성 절차를 진행 중이다.WTO 재판은 통상 1∼2년이 소요된다. 다만 결과에 불복해 상소가 제기되면 양국간 다툼은 3년 이상으로 장기화할 수 있다. 한일 수산물 분쟁의 경우 약 4년이 걸렸다.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정부는 기존의 수출 규제 대응방식과 통상 정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WTO 제소와 같은 강경책을 쓰면서도 일본과의 소통하기 위한 통로도 열어 놓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