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값 상승, 물가 폭등

담보대출→돼지사육 장려

관리, 부실 후 처분 등 문제

은행들, 부실요인 추가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돼지고기값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또 은행에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살아있는 돼지를 담보로 한 대출 지원이다. 코로나19 위기 속 각종 경기부양책에 동원되며 이미 부실 경고등이 들어온 중국 은행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전세계 돼지고기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매년 200만t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해올 정도로 소비가 왕성하다. 매년 중국에서 생산된 곡물 가운데 6분의 1이 돼지 사료로 사용된다. 이런 상황이니 돼지고기가 중국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강타한데 이어 올해 폭우까지 이어지며 돼지고기값이 폭등하며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돼지고기 값이 53% 오르며 식품가격이 11% 올랐다.

이에 중국 정부는 돼지 사육량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은행권에 돼지 동산담보대출 시행 지침을 내렸다. 문제는 넓은 땅덩어리에 흩어져 있는 담보(돼지)를 어떻게 파악하고 관리하느냐다. 중국의 돼지농가는 2600만개 정도인데, 이 가운데 3분의 1이 소규모 영세농가여서 부실 우려도 크다.

중국 은행들은 담보대출시 현지 축산관리기관을 통해 원격 감시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담보비율 설정이나 연체·미상환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제식품정책연구소의 류옌옌 연구원은 “가뜩이나 가격 등락이 심한 돼지를 담보로한 대출이 부실화되면 은행들의 손실은 불보듯 뻔하다”면서 “소유권을 어떻게 확보할지, 관리와 추적, 처리 등에 관한 시스템 개발 등이 은행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돼지를 동산담보대출에 넣었지만 시중은행들이 꺼리는 상품이다. 관리에 부가적인 비용과 인력이 발생하기도 하고 자칫 사기에 휘말릴 수도 있어서다. 2016년 냉동 고기를 담보로 대출해줬다가 10여개의 금융사가 5000억원대의 사기 피해를 입은 사건도 있었다.

중국 은행들이 정부 강요에 못이겨 시늉만 내거나 담보비율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돼지 담보대출은 중국 은행에 부실 위험을 하나 더 얹은 꼴이다.

중국 국유은행들은 올 상반기 역대 최악의 성적을 받았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은행에 수수료 감면, 소형 기업의 대출이자 제한 등을 권고하면서 은행이 포기한 순익만 1조5000억위안(약 261억원)에 이른다. 4대 국유은행의 상반기 순익은 평균 12% 감소했다. 8월말 은행권 부실대출 잔액은 3조7000억원(약 643조원)으로 2.14%에 달해 연초 대비 0.1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신규 대출은 계속 늘고 있고, 특히 온라인을 통한 대출은 관리감독이 어려워 부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