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숙박비 30% 소득공제도 같이 추진

KDI·조세연 “경제성 없음” 결론내자 슬그머니 포기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시작된 지난해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쇼핑가가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시작된 지난해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쇼핑가가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부가 작년 말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세금 감면 사업이 슬그머니 무산됐다.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선심성 정책을 펴다 외부기관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이다. '안되면 말고'식의 정책을 펴놓고 실제 도입에 실패하자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5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와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11월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 기간 중 전자제품과 같은 내구재를 구입했을 때 부가세 10%를 돌려주는 조세지출을 도입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경제성 없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맡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조세지출 규모에 비해 내구재 지출 증가 효과가 낮다고 판단했다. 신규 소비 수요를 창출하기보단 미래 소비를 앞당기는 효과를 내는 데 그칠 뿐이라는 것이다.

또 10%의 부가세를 돌려받는 소비자와 달리 공급자들은 별다른 혜택이 없어 추가적으로 가격을 내릴 유인이 없다는 판단도 있었다.

아울러 기재부는 국내서 쓴 숙박비를 연말정산 때 30%(최대 100만원) 소득공제해주는 조세지출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이 역시 예타를 맡았던 조세재정연구원의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 조세연은 세제 감면으로 증가할 숙박비 지출은 73억5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봤다. 반면 조세지출 예상금액은 10배나 많은 722억원에 달했다. 비용 대비 효과가 극히 낮을뿐만 아니라 소득이 높을수록 많은 세제 혜택을 받는 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두 사업이 일제히 제동 걸린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무리하게 선심성 지원을 펼친 탓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두 정책을 발표했다.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세금을 깎아줄테니 여행도 많이 다니고 전자기기도 많이 사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내부적으로도 찬반이 분분했으나 국민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세제 혜택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에 대한 고민은 없었던 셈이다.

사업이 무산된 후 드러난 정부의 태도도 문제다. 이미 지난 7월 세법개정안에 두 사업을 담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론 추진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진 않았다. 확정되지 않은 사업을 홍보하던 모습과 대비된다.

추경호 의원은 "경기회복을 위한 조급함에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선심성 정책으로 안되면 말고 식의 정책을 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도 재정 투입에 대한 철저한 효과 검증을 통해 조세지출의 실효성을 높이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