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혁신펀드·블라인드펀드 등 수십조

코로나19 타격에 SI도 M&A 소극적

정부 지원에 구조조정 지연 변수

[헤럴드경제=김성미 기자]코로나19 사태로 커지고 있는 인수합병(M&A) 시장에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2004년 국내에 도입된 PEF 운용사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올해 이들이 조성해놓은 펀드만 해도 수 십 조원이 넘는다. 정부가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구조혁신펀드 등 정책자금 규모를 확대하며 PEF 운용사에 힘이 더 실린 영향도 있다.

▶기업구조혁신펀드 등 정책자금 ‘마중물’ = 최명록 큐캐피탈파트너스 부사장은 “기업들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발맞춰 사업 재편, 신사업 발굴 등에 집중하고 있어서, 좋은 매물이 나와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며 “기업구조혁신펀드 등의 정책자금을 마중물로, PEF 운용사들이 구조조정 매물을 인수해 다시 매각하는 중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큐캐피탈파트너스는 기업 구조조정 투자로 출범, 현재 중소중견 기업 바이아웃 투자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PEF 운용사는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켜 엑시트하는 게 본업이기에 구조조정 딜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기업 구조조정 분야의 신흥 강자로 꼽히는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도 코로나19로 인한 구조조정 딜 시장에 주목했다.

나종선 오퍼스PE 대표는 “조성한 블라인드펀드 3000억원 중 투자 여력이 2200억원 남아 있어 코로나19로 나오는 구조조정 매물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한국성장금융으로부터 출자 받은 자금으로 대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게 돼 다양한 딜을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덩치가 큰 대기업 딜은 블라인드펀드는 물론 프로젝트펀드, 인수금융 등도 활용할 전략이다.

▶기업 사업재편 딜에도 PEF 참여 = 20년이 넘는 업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사업 재편에 나서는 기업들에 주목했다. 곽대환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사업 재편 등에 나서는 기업들에 투자한다”며 “대기업 및 중소중견 기업들의 선제적 구조조정 및 핵심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SK그룹의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 LG그룹과 한화그룹의 ‘글로벌 에너지화학업체 사솔(Sasol)이 보유한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에탄크래커센터(ECC)’ 인수 참여와 같은 딜이다. SK는 신사업인 2차전지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LG와 한화는 주력 사업인 에너지 사업 강화를 위해 딜에 나섰다. 스틱은 이런 딜의 협력자로 참여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시계 거꾸로 =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발 구조조정이 생각보다 더디게 움직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구조조정 딜 경험이 많은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금융완화정책을 펼치며 구조조정 시간이 뒤로 가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해도 정부의 지원, 저금리 상황 덕에 당장 망하지 않아 버티기에 돌입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업계가 대표적이다. 자동차는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진화하며 기존의 내연기관 관련 부품은 사양사업으로 저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동차 판매 급감이 이들의 구조조정을 촉발시킬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까진 조용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며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 중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회사가 생기는 등 서서히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 관계자는 “코로나발 구조조정은 이르면 이달부터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부품은 물론 조선, 해운, 건설, 철강 등 전통의 주력 산업에서 구조조정 딜이 활발히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