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무혐의 판단 드물어…CD금리 담합·오라클 끼워팔기 사례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헤럴드DB]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헤럴드DB]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는 한화그룹이 경쟁당국으로부터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한화그룹의 사익편취 혐의와 관련해 법 위반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심의절차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심의절차 종료는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려워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일부 거래 행위에 대해선 완전히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 사무처(검찰 격)는 한화 계열사가 전산 시스템 구축, 전산장비 구매와 관련한 일감을 IT 서비스업체인 한화S&C에 부당하게 몰아줬다고 보고 2015년 조사에 착수했다. 한화S&C는 김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 보유하고 있다. 한화S&C는 2018년 한화시스템과 합병하기 전까지 5000억원 내외의 매출액 절반 이상을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일으켰다.

공정위는 5년 동안의 조사를 거쳐 올해 5월 '한화그룹이 조직적으로 총수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결론을 내리고 전원회의(법원 격)에 사건을 상정했다.

하지만 무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아닌 공정위 전원회의 과정에서 '혐의 없음' 판단이 나온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지난 2016년 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 미국 IT기업 오라클의 끼워팔기와 구입강제 의혹 사례 정도 뿐이다.

공정위가 구체적이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조사를 하기보다는 무리하게 '하고 보자'는 식으로 사건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애초부터 무리한 조사를 시작해 한화 측의 경영 여력을 낭비하게 했다는 비판이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한화 계열사 22개사가 거래조건 비교 없이 한화S&c에 1055억원 규모의 앱 관리를 맡겼다는 혐의에 대해 "통상적인 거래 관행이며, 김승연 회장 일가의 관여에 대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데이터 회선, 상면 서비스 거래 때는 통상적인 거래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한화S&C에 일감을 맡겼다는 혐의에 대해선 "정상가격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서비스업 특성상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책정이 쉽지 않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아울러 IT서비스 특성상 균질한 가격 자체가 없어 정상가격 비교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 밖에 한화시스템의 직원 5명이 자료를 삭제, 은닉해 공정위 조사를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미고발' 결정을 내렸다. 그 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하지 않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