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지원 필요성 우회 메시지
정부, 말 아끼며 지원여부 고심
제주항공이 16일 이스타 항공 인수 결정을 미룬 것은 정부 지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1~2주 내 정부의 극적 지원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인수 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방법을 밝히지 않아 양측의 인수합병(M&A) 협상은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선결조건 이행 시한인 전날 제출한 공문을 검토한 결과 이행을 요청한 조건들에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 못을 박았다.
제주항공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최종 결정과 통보 시점은 차후에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현재 중재에 나선 만큼 우리로서도 좀더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이 계약 해지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정부가 제시한 지원 규모와 방식이 결국 엄중한 저비용항공사 업황 속에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에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최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계획대로 인수를 완료할 것을 당부한 이후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최소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제주항공으로선 뜨뜻미지근한 정부 지원 의지에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국토부가 기존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약속한 인수자금 1700억 외에 추가 지원이 가능하다고 언급했지만 추가 지원 규모에 대해서는 “제주항공의 구체적 요구가 있어야 한다”며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체불임금 역시 전체 미지급금의 15% 규모에 불과해 근로자들이 반납하더라도 큰 효과가 없다.
또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주항공이 만족할 만한 지원 규모와 방식을 제안해 설득하지 않는다면 제주항공 입장에선 결국 스스로의 생존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스타항공이 지난 1분기 기준 완전자본잠식(-1042억원) 상태인데다 완전 운항 정지 이후 조업료와 유류비 등을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다. 오랜 셧다운으로 운항증명(AOC)도 취소돼 빠른 시일내 사업이 재개되기도 어렵다. 시장에서는 “이스타항공을 지원하려다 제주항공 나아가 애경그룹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오너 일가의 모럴헤저드가 우려되는 이스타항공을 별도로 지원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인수가 무산될 경우 1600여명의 이스타항공 직원은 동종 업계 이직도 어려운 상황에서 실직 상태로 내몰릴 전망이다.
원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