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수석연구위원
28일 헤럴드 부동산포럼서 강연·토론
주택시장 진단 및 정부 정책 제언
“현 규제는 디지털 규제…0 또는 1의 결과”
“청약제도 생애주기에 맞춰 운영돼야”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K-방역이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이유가 뭘까요. 원칙이 구체적이고 실행 방침이 공감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택정책은 어떤가요?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목표는 정량화될 수 없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때론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헤럴드 부동산포럼 2020’에서 강연자 및 토론자로 나서 주택정책을 K-방역과 비교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 포럼은 ‘최근 10년간 정부정책이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과 건전한 주택시장을 위한 정부정책’을 주제로 열렸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고려해 발열상태 확인, 참석자 간 2m 거리두기, 실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이 적용된 가운데 진행됐다.
채 위원은 주택시장 규제도 이런 K-방역을 닮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체온이 37.5도를 넘으면 검사를 받거나 자가격리하도록 하고, 이를 광범위하게 적용한다는 ‘거대한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개개인 또한 스스로 기준을 맞추려고 노력했다”며 “주택 규제 또한 가격 상승률, 매매량, 외지인 유입비중 등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른 위험 수준을 판단해 시장이 자정 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 위원에 따르면 큰 원칙의 부재는 시장 혼란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정부는 올 들어 시가로 9억원이 넘는 집을 가진 사람만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시장은 자연스럽게 9억원 이하 주택의 갭투자는 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는 갭투자 근절이라는 애초 취지를 훼손한다. 정책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퇴로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말로 1주택 보유자의 ‘갭투자’가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요인이라면 금액 상관없이 금지 원칙을 세우는 것이 더 옳은 방향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채 위원은 현 규제를 ‘디지털 규제’라고도 표현했다. 디지털 신호가 0 또는 1로 처리되는 것처럼, 현재 규제도 대상을 양분하는 것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주택 가격 9억원과 8억9900만원은 얼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규제를 적용받는다. 그는 “종합부동산세 합산이냐 아니냐, 규제지역이냐 아니냐에 따라 0 또는 1이 되는 상황”이라며 “실물 부동산은 다양한 분포를 이루고 있는데, 어느 선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규제 적용 여부가 크게 차이가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 규제를 피해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거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틈새를 보완하는 쪽으로 정부 규제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이후 주택시장 트렌드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채 위원은 집 안에서 여러 기능을 소화하는 형태로 주택이 변화하고, 1인당 소요 면적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획일화된 면적 기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주택공급 기준과 세법에서 면적기준을 85㎡, 60㎡ 등으로 정해 공급량과 세금 부과를 달리하고 있다”며 “30년 전 도입된 이런 기준이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주택 개발에 대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도시개발사업 등은 민간이 주도하기 때문에 공급 주체가 달라진 니즈를 반영한 설계를 했을 때 혜택을 주는 쪽으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며 “수요자는 니즈에 따라 도심에 들어오는 것과 외곽에 사는 것 사이에서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청약제도는 보다 생애주기에 맞춰 운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30·40대는 기존 주택을 매입하자니 대출이 충분치 않고, 청약은 가점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며 “생애주기 전반에서 결혼, 출산 등으로 주택 소유가 늘어나는 기간에 맞춰 가점제도 조정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자리에 토론자로 참석한 이명섭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청약과 관련해 생애주기에 맞춘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정부 내부에서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