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전문 서비스 병원에서만 가능
中알리페이 등 진료플랫폼 구축 ‘대조’
K헬스케어 기업 “살길은 해외뿐” 자조
코로나로 ‘언택트 진료’ 재논의 기대
“사업을 준비할 때부터 글로벌 시장만 염두에 뒀습니다. 외국에서 통할 것이란 자신감이 있기도 했지만, 국내에서는 원격의료 규제가 언제 풀릴 지 가늠할 수도 없었으니까요.”
원격으로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의료기기를 제작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사업 시작과 동시에 해외 진출을 타진해 왔다. 그는 “국내 시장은 규제 때문에 불확실성 그 자체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는 물론 주기적인 원격모니터링도 불법”이라고 배경을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부터 갤럭시워치 등의 웨어러블기기를 활용해 환자의 심장박동 상태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할 수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미국 내 454개 진료소와 36개 종합병원을 보유한 카이저 퍼머넌트 병원 등 ‘애플의 주무대’인 미국에서 영토를 넓히고 있다. 네이버는 일본에서 메신저 자회사 라인을 통해 원격의료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라인과 소니의 자회사 M3가 합작해 설립한 라인헬스케어는 원격의료 상담서비스를 시작했다.
인성정보는 미국에서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니터링 시범사업을 올 연말까지 한다. 내년엔 정식 사업에 착수한다. 인성정보는 지난 2005년부터 국내에서 원격의료 사업을 했지만 규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2010년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네오펙트는 디지털 재활기기를 미국 등 해외 30개국에 수출했다. 재활이 필요한 환자가 장비를 이용해 의료진에 신체정보를 원격으로 전송하고,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이다.
외국에서는 이처럼 ‘K-헬스케어’가 활발히 영토를 넓히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서의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또 규제로 인해 국내 레퍼런스가 부족해 사업 확대에 발목을 잡히기도 한다.
원격의료 기업 에이치쓰리시스템은 국내에 이어 해외에서도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국내 사업을 추진하다 규제의 여파로 지난해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실적이 없다 보니 해외 시장 개척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원격의료 서비스로 알려진 비트컴퓨터도 진료내용 등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수준의 사업만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 모니터링과 원격진료가 가능해야 다음 단계로 서비스 수준이 올라가지만 이는 현행법상 불법인 탓이다.
국내에서는 ▷의료인이 원격으로 질병을 진단하거나 처방하는 행위(원격진료) ▷의료인이 원격으로 환자를 상담하거나 관리하는 행위(원격모니터링) 모두 불법이다. 환자들이 의료진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병원을 찾는 것 뿐이다.
ICT의 발달로 외국에서 원격의료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중·일 원격의료 현황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원격의료시장 규모는 305억달러(37조5000억원)에 달했다. 2015년부터 내년까지 세계 원격의료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4.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원격의료 플랫폼을 강화하는데 굴지의 IT업체들까지 뛰어들었다. 중국에서는 알리페이, 바이두 등 11개 업체가 온라인 의사 상담플랫폼을 만들었다.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은 원격의료에 대해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 허용 범위를 대폭 늘려달라고 요구한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내놓는 것은 기존에 없던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인데, 이를 의료진이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로 인정받으려면 ‘규정에 해당되는 품목이 없다’는 얘기만 돌아온다”며 “임상이 뒷받침된다면 허용 범위를 넓혀야 새로운 기업들이 새 제품을 내놓고 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