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세·경영철학·소탈한 면모 공통 분모
모빌리티-반도체 ‘윈-윈전략’으로 공동 번영
‘재계 3세의 격식 파괴와 실리 추구, 미래 성장동력 확보’
지난 13일 이뤄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만남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창업주에서 승계를 거듭하며 재계 3·4세 총수 시대에 접어든 재계 전반에 자리 잡은 새로운 경영 철학이 이번 만남으로 표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서열 1위와 2위 그룹을 이끄는 리더의 이번 만남을 재계는 파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관계를 호의적인 관계로 보기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 그룹은 재계 서열 1, 2위를 다투면서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지금은 주력 사업이 서로 다르지만 과거 삼성은 자동차 사업에 진출을 했었고, 현대차 그룹은 전자 및 반도체 사업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정부 주도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삼성과 현대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관계는 더욱 서먹해졌다. 이런 이유로 선대 회장 사이에 교류 또한 많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소 껄끄러웠던 이같은 관계는 3세 시대를 연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 시대로 접어들며 크게 변화했다. 평소 소탈한 성격과 격식에 구애 받지 않는 실리를 추구하는 경영 철학에서 공통 분모를 갖는 이들의 성향이 이번 파격적 만남을 성사시킨 동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만남을 전기차 정상회담이라 표현했다. 그만큼 파격적이란 의미였다.
재개예선 이번 회동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모두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초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20)에서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직접 선포하기도 했다. 결국 반도체와 모빌리티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는 두 그룹이 장기적 협력 관계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래차를 둘러싸고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협력할 분야가 많다. 이번 회동의 주제였던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및 전장부품, 그리고 나아가 자율주행 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재계는 전망한다.
이에 대해 재계단체 관계자는 “단순히 인간적으로 가까운 사이를 넘어 경영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양 그룹 간에 비즈니스 차원에서의 협력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모빌리티와 반도체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사업인 만큼 두 그룹이 장기적 협력 관계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정순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