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전략’ 재정비 나선 조합들
분양가 통제 →사업성 악화→일반분양 물량 축소
강남권 정비사업장 ‘고육지책’
분양가상한제 시행되면 후분양·마이너스 옵션 등 확산 가능성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유예기간 종료일(7월 28일)이 가까워지면서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이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협상이 꼽힌다.
일반분양의 분양가가 낮아질수록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고 그만큼 사업성이 전반적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들도 갈수록 악화하는 사업 환경에 맞춰 분양 전략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분양이 예정된 서울 강남권 주요 정비사업장의 일반분양 물량 가운데 상당수는 전용면적 84㎡ 이하의 소형·중형 물량으로 구성된다.
동작구 흑석3구역을 재개발 해 이달부터 본격적인 분양 일정에 돌입하는 흑석리버파크자이의 3.3㎡당 일반분양가는 2813만원이다. HUG의 분양가 통제로 조합원들이 요구했던 3200만원보다 낮아졌다.
전체 1772가구 가운데 357가구를 일반분양하며, 이 물량 가운데 전용 59㎡가 75가구, 84㎡는 281가구이고 120㎡ 물량은 1가구에 불과하다. 층수 배치도 1층부터 8층까지 저층 중심으로 배정돼 있다. 이른바 로열층·로열동 물량은 조합원들이 대부분 가져가는 것이다.
강남의 대표적인 ‘로또 단지’로 분류되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역시 허리띠를 졸라멨다. 원베일리 조합은 지난 3월 내부 회의를 통해 당초 346가구였던 일반분양 물량을 225가구로 줄였다. 대신 인근 경남상가와 우정에쉐르 등 상가조합원에게 아파트 분양신청을 허용하고, 기존 아파트 조합원에 대해서도 ‘1+1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평형대도 ▷전용 46㎡ 2가구 ▷59㎡ 198가구 ▷74㎡ 25가구만 일반분양으로 배치하고, 나머지 전용 84㎡에서 234㎡에 달하는 9개 중대형은 전부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HUG는 이 단지의 일반 분양가를 3.3㎡당 4900만원 수준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조합원 분양가는 3.3㎡당 5500만원 선으로 예상돼 사실상 분양가 역전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단군 이래 최대 최건축’으로 불리는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도 분양가 협상에 막혀 사업진행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모습이다. 둔촌주공 조합은 3.3㎡당 평균 3550만 원의 분양가를 요구하고 있지만 HUG는 2900만원 대를 고수하며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둔촌주공 역시 4786가구에 달하는 일반분양분 전부 전용 84㎡ 이하로만 이뤄질 예정이다. 전용 85㎡를 초과하는 물량은 100% 조합원에게 배정된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강남권 정비사업 조합원의 동·호수 추첨이 끝난 이후 상당수 로열층·로열층 물량이 청약 흥행을 위해 일반분양 물량에 등장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일반분양자에게 로또 수준의 시세 차익을 안겨주기보다 조합원들에게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돌려주는 게 낫다는 내부 목소리가 더 힘을 얻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1~2인 가구 증가로 소형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고, 12·16 대책 등 고가 아파트에 정부의 대한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부담이 덜한 물량이 청약 흥행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조합 측 판단도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오는 8월 이후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일반분양에서 당초 기대했던 가격을 받기가 더 어렵게 되고 청약 흥행을 신경 쓸 이유도 없어지기 때문에, 강남권 정비사업장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일부 사업장의 경우 늘어난 조합원 분담금을 ‘마이너스 옵션’을 활용해 대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마이너스 옵션은 빌트인 가구, 냉장고, 에어컨을 포함해 아파트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가변형 벽체 등 설계까지 분양 때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모든 부분을 제외해 분양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둔촌주공 내부에서는 아예 일반분양을 포기하고 후분양 방식으로 전환해 후일을 도모하자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된다. 실제 후분양을 강행할 경우 막대한 자금 조달 문제 등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있지만, 올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공급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일부 단지는 기존 조합원과 일반분양을 받은 주민 간 갈등 상황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분양가격 통제로) 조합원 입장에서는 사업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다양한 분양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며 “분양 방식에 따라 주민 간 갈등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