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감사실, 성희롱 가해자 ‘감봉’ 그쳐
전화 수차례 해도 감사는 수신 거부 일관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 성동중구센터에서 근무하는 여직원 A씨는 지난 3월 4일 오후 5시께 동료 여직원 1명과 함께 술자리에 불려나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지 열흘가량 지난 시점, 오후 6시까지인 근무시간도 1시간 남은, 술자리치곤 다소 이른 시간대였다. 두 직원을 부른 이는 성동중구센터장 직무대행이던 3급 차장 B씨였다. B씨는 주거복지직인 이 둘을 주거복지 관리소장 C씨를 통해 데려오라고 했다. A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B씨로부터 성적 수치심이 드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B씨는 “배가 나오지 않았다” “입술은 왜 빨갛게 칠하고 나왔느냐”라고 말하는가 하면, 식당 종업원에게 A씨가 C씨의 부인이라고 사실과 다른 얘기를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B씨는 A씨에게 “OO와 같이 잤느냐”는 발언도 서슴없이 했다. “내 밑에선 승진 안 시켜주겠다” “너를 밟아버리겠다” 등의 협박도 있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는 계약직으로 시작해 무기계약직, 정규직으로 전환한 자신의 신분상의 처지로 인해 인사권자인 상사로부터 이런 대우를 받나 싶었다.
A씨는 다음날 본사에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 근무시간 내 음주 사실 등을 신고했다. 이후 한 달가량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의 조사가 진행됐다. 최근 공사 감사실은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조사 결과와 과거 유사 사례를 참조해 가해자 B씨에게 ‘감봉’ 처분을 했다. 아직 인사위원회를 열어 최종 의결한 단계는 아니지만 감봉은 1~3개월간 월 급여의 3분의 1을 삭감하는 징계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성폭행 등 성비위에 관해 시와 산하기관은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 등의 징계를 할 수 있다. 서울시 감사실 관계자는 “직장 내 성비위에 관해선 원칙적으로 ‘정직’ 이상 중징계를 하는 게 요즘 시 내부 분위기”라며 “공사 감사실이 성희롱 정도가 객관적으로 경미한 건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사 감사실은 이 사건이 벌어진 뒤 시에 동향 보고도 하지 않았다. 기자가 취재가 들어간 6일 오후에야 이를 상급기관인 서울시에 알렸다. 코로나19에 대한 위기 경계감이 한창일 때 근무시간 내 음주 중 성희롱 사건이 터졌지만 중대 사안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공사 감사실에 대한 직원 불만은 지난해 여름에도 있었다. 마포용산센터에서 근무하는 SH공사 통합노동조합(제3노조) 위원장이 근로시간 면제를 악용해 40여일간 무단결근했는데도 감사실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 SH공사 한 관계자는 “2015년에 어떤 직원은 7일 무단결근만으로 해고 처리됐다. 감사실이 힘 있는 사람 편에 따라 고무줄식 감사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2017년에 공사의 한 간부가 회식 자리에서 계약직 여사원의 손을 잡고, 회식자리를 마친 뒤 골목길에서 입맞춤한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공사 감사실은 이 간부를 해임 징계 했다.
한편 감봉처리한 이유를 듣기위에 이비오 감사에게 수차례 전화했으나 감사는 수신을 거부하고 끝내 연락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본청, 사업소, 공사까지 정기적으로 인권교육과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마다 수백회씩 시행하고 있다. 최근 시 안팎에서 성비위 사건이 잇따라 터진 데 대해 ‘시민의식이 보강되고 보다 투명해진 조직 분위기에 피해 신고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