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등 필요자금 급증

채권발행은 자본비율 지켜야

추경 통한 정부 출자 가능성↑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한국은행이 국책은행 채권을 매입하기로 하면서 시중 유동성 지원의 책임을 절묘하게 정부로 넘겼다. 한국은행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직접 매입해야한다는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을 통한 시중자금 통로의 폭을 더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부의 직접적 도움 없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공급할 수 있는 유동성은 자기자본의 제한을 받는다.

한국은행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공개시장운영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을 포함했다. 기존에는 국채와 정부 보증채로 한정돼 있었는데 특수은행채 등을 포함시킨 것이다.

한은은 단순매매 대상 증권 확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은이 산금채 등 특수은행채 매입을 통해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면, 이들 은행은 보다 낮은 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회사채 매입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RP 매입은 시중금융기관이 특수채를 담보로 유동성을 빌린 뒤 일정 기간 후 다시 회수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동성 운용에 제약이 있지만, 공개시장 단순매입은 유동성이 시장에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는 “시중금융기관의 산금채, 수은채 등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며, 이로 인해 국책은행이 채궐 발행 금리를 낮추면 장기적으로 정책금융상품의 금리도 낮아지는 효과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에는 시중은행들에 간접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시중은행들이 가진 특수은행채권을 한은이 매입하는 방법이다. 수은의 경우 연간 10조원 안팎의 수은채를 발행해왔다.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채권(MBS) 매입 역시 결국 시중은행에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국책은행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려면 자본이 보강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산은, 수은, 기은은 10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에서 무려 41조원의 자금 공급을 담당한다. 그밖에 두산중공업 구조조정, 저비용 항공사(LCC) 구조조정, 쌍용차 구조조정 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경예산안 등을 편성해 현금 출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