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알프레드 베게너는 대륙이동설을 학설로 만들어 처음 주장했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땅이 움직인다’는 그의 주장은 조롱거리였다. 대륙이동설이 본격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 등 전쟁을 거치면서다. 잠수함 개발 등을 위해 해양 측량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때 베게너의 해양확장설의 근거자료들이 수집되면서 대륙이동설 역시 사실로 볼 만한 자료들이 수집됐다. 그의 주장은 1965년 ‘판 구조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립됐다. 위기는 기회였다.

절대로 멈출 수 없을 것처럼 여겨졌던 보험사 연도대상도 전 인류적 위기 때문에 멈췄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들을 막론하고 주요 보험사 대부분이 ‘보험왕’을 뽑는 올해 연도대상을 취소했다. 전염병 때문이다.

KB손해보험은 3월로 당초 예상됐던 연도대상을 5월 22일로 미뤘다가, 전날 회의를 통해 전격 취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생명보험사인 한화생명도 올해 연도대상을 취소했다. 삼성화재는 무기한 연기다.

보험왕 연도대상은 오래된 전통이다. 보험업계 사람들은 보험왕을 ‘보험의 꽃’이라고 부른다. 과거를 아는 사람들일수록 연도대상에 관련된 추억이 많다. 비행기를 대절해 보험왕 및 수상자 가족을 태우고 해외여행을 갔다던가, 체육관을 빌려 한복을 입고 미스코리아 행사에 버금가는 대규모 퍼포먼스를 진행했다던가 하는 식이다.

그러나 약 5년 전부터 보험왕 연도대상 제도에 변화를 주고자 하는 시도가 생겨났다. 설계사의 사기진작이라는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보다 판매경쟁만 부추겼다는 비판이다. 금융 당국은 2014년 보험사에 대한 검사를 통해 일부 보험왕이 지역사회 기업인과 유착해 편법성 영업을 통해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이에 2015년 보험왕을 없앴다. 순위로 우수설계사를 선정하는 상대평가 대신, 일정한 절대 기준을 충족한 수상자 모두가 축하를 받는 방식을 택했다. 경쟁의 축소였다. 규모도 줄였다. 모든 수상자를 한자리에 모으는 동원 대신 지역별 소규모 행사로 치르는 방향이다. 지난해에는 교보생명도 보험왕 축소 대열에 동참했다. 시상식을 축소한 대신 토론·특강·뮤지컬 공연 등으로 행사를 채웠다.

이와 관련 지금까지 보험업계 대다수는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보험설계사들이 가장 바라는 행사인데 이를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근 5년 동안 보험왕 제도는 이러한 맥락에서 계속됐다. 일각의 시도가 기존 관성을 넘지 못했다.

올해는 전염병 탓에 행사가 취소되면서 수상자들은 비대면으로 포상을 지급 받는다. 지금까지 “연도대상을 어떻게 없애냐”며 손사래를 치던 보험사들도 실제로 연도대상 없는 한 해를 보내볼 수 있다. 위기로 인한 실험이 가능해진 셈이다. 연도대상이 정말 보험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인지 다시 고민해볼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