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국방장관, 첫 천안함 추모행사 참석
“차기호위함, 천안함 명명하는 방안 검토”
“우리 국민들 마음 속에 영원히 항해할 것”
차기호위함 3차 사업 1번함 '천안함' 유력
1·2차 노하우 반영, 세계적 성능 '비교우위'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6일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천안함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차기호위함을 천안함으로 명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추모사에서 "우리 군은 차기 한국형 호위함 중 한 척을 천안함으로 명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바다를 지키다 산화한 우리 영웅들의 이름은 대한민국과 함께할 것이며, 천안함은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항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군은 향후 건조될 신형 호위함에 '천안함' 함명을 붙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해군은 초계함에 천안함·진해함·군산함·동해함 등 중소 도시 이름을 붙였고, 노후 초계함을 대체하는 2800t급 신형 호위함에는 대구함, 경기함, 서울함, 강원함 등 광역시·도급 이상의 명칭을 붙였다. 만약 '천안함' 명칭이 신형 호위함에 명명된다면 예외적인 사례가 된다.
앞서 군은 참수리 고속정을 대체할 윤영하급 미사일고속함(450t급)을 새로 건조하면서 연평해전의 교훈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미사일고속함 6척에 고 윤영하 소령 등 제2연평해전 전사 장병들의 이름을 붙였다. '천안함'이 부활하면 해전의 교훈을 살려 함명을 제정한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정경두 "천안함, 국민 마음 속에서 영원히 항해"=군 내부에서는 새 '천안함' 명칭이 오는 2024년께 해군에 인도될 차기 호위함 3차(Batch-3) 사업 1번함 함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군은 지난 2018년 말 대우조선해양과 차기 호위함 2차(Batch-2) 사업 호위함 5·6번함 건조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16일 현대중공업과 차기 호위함 3차 사업 체계개발 계약을 맺었다. 체계개발이란 해당 무기의 상세설계와 건조, 시험평가 및 해군 인도까지 무기 납품의 전 과정을 말한다.
차기 호위함 3차 사업은 2차 사업 대비 대공·대잠수함 탐지 및 대응 능력과 생존성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과 계약을 맺은 방위사업청 측은 "차기 호위함 3차 사업은 노후화된 현재 해군의 호위함 및 초계함을 대체하기 위해 대공 및 대잠 탐지능력이 향상된 함정을 4000억원을 투입해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사업"이라며 "오는 2024년 개발을 완료해 해군에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차 사업인 만큼 1, 2차에서 드러난 오류를 수정·보완하고 성능을 개량해 현존 호위함 중 최첨단 기능을 모두 탑재하게 된다.
2차 사업때와는 달리 레이더 및 적외선 추적장비를 4면 고정형으로 설치한 복합센서마스트를 탑재해 탐지장비 음영구역을 최소화했다. 이로써 표적 탐지·처리 능력이 향상된다.
또한 수중 폭발 때 함정 손상을 최소화하고 생존성을 높이는 장치(박스거더)를 새롭게 적용하고, 항해 시 파도 저항을 최소화하는 선형도 적용한다.
현존 호위함 중 세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해 향후 국제 방위산업 시장에서도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삼 방위사업청 전투함사업부장(해군준장)은 "차기 호위함 3차 사업으로 건조되는 함정은 세계적인 성능을 갖춘 우수한 국산 전투함으로서 방산 수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장관은 이날 추모사에서 "이제는 천안함 피격과 같은 과거의 아픔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NLL을 더욱 견고하게 지키고,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 시켜 나가야 한다"면서 "우리 군은 평화를 지키고 전쟁의 걱정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호위함 3차 사업 1번함 스펙은? '국산 노하우 총집결' 세계적 전투함=이날 오후 2시 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된 천안함 선체 앞에서 열린 천안함 10주기 추모식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직접 주관했다. 현직 국방장관이 추모식을 직접 주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행사는 개식사, 천안함 46용사에 대한 묵념, 작전 경과보고, 천안함 46용사 다시 부르기(롤콜), 헌화·분향, 국방부 장관 추모사, 육·해·공군·해병대 합창단 추모 공연 등 순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참석자 규모를 예년 보다 줄였다. 천안함 유가족과 생존 장병을 비롯해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이승도 해병대사령관 등 군 주요 인사와 이병구 국가보훈처 차장, 손정목 천안함재단 이사장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해군은 "추모 행사장에 현장검역소를 운영하는 등 철저한 방역대책을 강구한 가운데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추모식은 46용사에 대한 묵념에 이어 해군의장대가 조총 19발을 발사하면서 시작했다.
2함대 22전투전대장 김태환 대령은 2016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 과정을 설명하면서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의 숭고한 희생은 국민들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일깨우고, 장병들에게는 해양수호 의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 튼튼한 안보의 구심점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어 천안함 피격 당시 생존한 김윤일(32) 예비역 병장은 46용사 이름을 모두 호명했다.
김 예비역 병장은 "그리움과 아픔, 분노라는 마음의 파도를 묵묵히 잠재우고, 전우들이 못다 이룬 꿈과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왔다"면서 "오늘만은 사랑하는 전우 46명의 이름을 목놓아 불러보고 싶다. 그대들의 피로 지킨 이 바다는 오늘도 굳건히 지켜지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말하겠다"라며 경례했다.
군은 이달 23일부터 27일까지 '안보결의 주간'으로 지정해 각종 추모 행사를 하고 있다.
해군이 마련한 '천안함 사이버 추모관'에는 1만3000여명이 넘는 국민과 장병이 방문해 천안함 46용사를 추모했다.
민군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해군 초계함 천안함은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22분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하고 58명이 구조됐으며, 두 동강이 난 선체는 2함대에 전시되어 있다.
앞서 2010년 9월 천안함 충남 천안 범시민대책위원회가 당시 이용걸 국방부 차관과의 면담에서 '천안함 재건 범천안시민 서명부'와 함께 천안함 재건 촉구 건의문을 전달한 바 있다. 이후 한동안 군 일각에서 '신천안함', '뉴천안함' 등의 함명이 언급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