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영향…소액주주들 소집 기피

주총 앞둔 대한항공 우호지분 확보 차질

대구경북지역 상장사 회계인력 부족 한계

감독당국선 감사보고서 지연 징계유예 검토

작년 개최한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총회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
작년 개최한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총회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주총대란이 우려된다. 일단 코로나 여파로 주총장에 소집하는 것 자체가 위험부담이 크다.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데에 매년 어려움을 겪었던 상장사로선 코로나 사태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사외이사 후보 구인난, 3%룰에 따른 감사 선임 난항,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 압박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코로나 사태가 주총 전반에 걸쳐 악재가 되는 형국이다.

▶코로나 비상 상장사들 주총 연기 검토=가장 관심을 끄는 기업은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이다. 현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한 3자연합 측은 주총을 앞두고 우호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칼 측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주총 연기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소액주주 표심 잡기에 공들이고 있는 3자연합의 KCGI가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이번 주총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하라”며 조 회장 측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전자투표 도입이 주총 표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진그룹 측은 이에 대해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장 다음달 13일을 주총일로 공고한 A사도 고민이 크다.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아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직접 주총장에 나오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사 관계자는 “주총 장소가 협소해서 더 걱정”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일정 변경을 내부에서 검토 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직 주총 일자를 공시하지 않은 기업들도 코로나19 사태 향방을 예의주시하며 고심 중이다. B사 관계자는 “주총 날짜가 3월 말로 잠정적으로 정해졌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당일 개최가 가능할 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어 내부에서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일단 주총을 감행하기로 결정한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효성그룹은 효성을 비롯해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티앤씨, 효성ITX 등의 주총을 예정대로 다음달 19~20일에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 계열사 주총장 입구에서 열화상 카메라와 디지털 온도계로 참석 주주들의 체온을 일일이 측정하고, 발열이 의심되는 경우 출입을 제한할 방침이다. 다만 이 경우 주총장 입장을 못한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어떻게 보장할 지가 또 다른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들도 개인 일정이 있는데 기업이 자칫 미적거리다가 뒤늦게 연기할 경우 주주들의 항의가 불보듯 뻔하다”며 “올해 같은 특수한 상황에선 선제적으로 일정을 변경해 공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총 연기, 가능하지만…=현행법 상 주총 연기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상법에 따르면 주주명부 폐쇄일(권리 행사를 위한 주주명단을 확정하기 위해 주주명부의 기재변경을 일시 중지하는 것)로부터 3개월 안에 주총을 열도록 돼 있다. 이 주주명부 폐쇄일을 12월이 아닌 1월 이후로 다시 잡으면 3월이 지나서 주총을 개최할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이 경우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 명단이 달라질 수 있고 배당 지연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아직 주총소집 결의를 하지 않은 곳은 주총을 가급적 뒤로 미루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주총 연기는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긴 하지만 가능할 수는 있다”며 “다만 아직은 기간이 좀 남아 있고 코로나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어서 기업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총대란 우려 곳곳이 지뢰밭=주총 행사 자체만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상장사에서 당장 더 시급한 문제는 감사보고서 제출과 세법상 문제다. 지연 시 징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제출기한이 3월 30일(12월 결산법인 기준)로 규정돼 있다. 제출이 지연되면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및 과징금·과태료 등이 부과될 수 있다.

특히나 대구나 경북 지역에 위치한 상장사의 경우 감사보고서나 사업보고서를 작성하는 데에 필요한 회계인력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당국은 코로나 사태 특수성을 감안, 징계를 유예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곧 금융위원회의 (징계 유예) 조치가 나온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가 최대 6년으로 제한된 점도 올해 주총 난제다. 이미 사외이사 구인난을 겪는 와중에 6년 임기 제한까지 더해 재선임해야 할 사례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새롭게 사외이사를 뽑아야 할 상장사는 566개사에 이른다. 상법 상 사외이사 요건 미충족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다.

감사 선임에는 3%룰이 있다.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규정에 따라 매년 정족수 미달이 우려됐던 대목이다. 올해엔 코로나 사태까지 더해 한층 부담이 크다.

또 올해 주총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5%룰 완화’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이미 국민연금은 상장사 다수를 상대로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 목적’에서 ‘일반투자 목적’으로 변경한 상태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비롯, 올해 주총에서 기관투자자의 입김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김현경·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