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얼마 전 청와대 수석의 ‘주택매매허가제’ 발언은 현 정부의 전형적 정책대응 방식의 일단(一端)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시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든지, 또는 정부의 정책철학을 실현함에 있어서든지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대응방식을 ‘정형화’한다면 필자는 ‘사적영역의 축소’라고 규정하고자 한다. ‘사적영역의 축소’는 흔히 보이는 정부의 시장개입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정부는 그동안 상거래, 가격결정, 분쟁의 해결 등 많은 부문에 있어 사적영역을 축소하고 공적영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거래당사자 간 계약과 자율적인 협상, 민사적 분쟁해결, 시장의 조절기능 등을 존중하기보다는 규제강화, 강제조정, 형사처벌 등에 의존하는 것이 정책의 기본방식이 돼버렸다. 특히 경제부문에서 이 같은 경향은 강화되어 왔고 최근 공수처의 신설과 같은 새로운 권력기관의 도입으로 사법체계에서도 정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같은 정책방향은 통상 ‘공공’의 이름으로 정당화되어 왔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이유를 들어 ‘개인의 자유’와 ‘사적자치’라는 가치는 너무도 쉽게 무시되고 있다.

사적영역의 핵심인 ‘개인의 자유와 창의’에 대한 존중은 우리나라 헌법을 관통하는 기본정신이며 사적영역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헌법적 원리이기도 하다.

사회 거의 모든 분야의 활동이 정보화되어 있는 현대사회에서 공적영역의 확대는 곧 정부의 개인에 대한 정보접근성 확대를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정부의 개인에 대한 통제가 더욱 용이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적영역의 축소와 공적영역의 확대가 가져다주는 우리 사회의 미래는 과연 지금보다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을까? SF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제 중의 하나가 ‘디스토피아(dystopia)’이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미래의 디스토피아에서는 고도로 발전된 기술을 이용하여 대중을 통제하고 개인의 자유는 제약된다. 음산한 도시의 높은 빌딩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소위 ‘공익’을 위한 프로파간다가 지속적으로 송출되고 이에 노출된 대중은 독립적인 사고(思考)를 하지 못하고 때로는 기억마저 조작된다.

물론 이 같은 암울한 미래는 영화 속의 상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디스토피아 영화가 던져 주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인류는 과거 과학기술 수준은 낮았지만 공산주의라는 디스토피아를 경험한 바가 있으며 바로 북한이 현존하는 대표적 디스토피아 사회이기 때문에 영화의 상상력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다행인 것은 디스토피아를 다룬 대부분의 SF영화는 자각한 개인이나 일군(一群)의 집단이 기만적인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디스토피아를 탈출하거나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디스토피아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영화처럼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현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