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국가·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혁신이 아니면 생존할 수 없는 무한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과학기술·산업·경제를 넘어서 사회전반에 걸쳐 전방위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빅데이터·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개발과 확산, 이에 따른 새로운 혁신제품 등장은 공공조달시장의 새로운 틀,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OECD 주요 국가들도 일찍이 산업기술혁신·환경·사회적 가치 등을 고려하는 ‘전략적 공공조달(Strategic Public Procurement)’을 추진하여 4차 산업혁명이 조달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핵심수단으로 정부의 조달 구매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대적·국제적 흐름에 뒤처질 수 없다. 이제는 납품실적·경영상태 등이 중시되는 전통 조달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어 혁신제품을 위한 새로운 조달제도와 시스템이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나라 조달시장은 연간 123조원(2018년) 수준으로 정부재정의 29%, 국내총생산(GDP)의 7%가 넘는 막대한 규모다. 공공조달이 얼마나 혁신 지향적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창업·벤처기업의 기술혁신은 물론 국민이 체감하는 공공서비스의 수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절차적 적합성이 그동안 조달의 우선가치였다면 이제는 현재를 넘어 미래가치를 담아 ‘혁신·디지털·글로벌’을 지향하는 전략적인 공공조달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먼저, 혁신조달정책의 본격적 추진이 중요하다. 지난해 ‘혁신 시제품 구매사업’ 도입으로 조달의 새로운 절차를 마련했다. 올해는 혁신조달 사업의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혁신조달 플랫폼·혁신제품 구매목표제 등 새로운 방식의 혁신조달을 실행하게 된다. 공공 부문이 혁신기술이나 신기술의 ‘첫번째 구매자(First Buyer)’가 되어 실험실에 머물고 있는 제품을 시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둘째,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조달시스템의 구축이다. 2002년에 혁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로보틱스(Robotics) 등 지능정보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나라장터’로 전면 개편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공공조달의 절차를 조달기업과 공공기관 등 수요자 관점에서 재설계하여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제품이 조달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물길을 터줘야 한다.
‘글로벌’은 우리 조달기업이 새로운 성장 활로로 부상하는 해외조달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도록 지원하는 방향이다. 국내 조달시장은 중소기업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하지 말고, 시장을 주도적으로 넓혀나가야 한다. 해외조달시장은 중소기업이 유리한 분야도 많다. 수출유망기업의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국가별로 전략적으로 선별하여 기존의 미·일·중 시장을 넘어서서 다변화해야 한다. 유엔 등 국제기구, 신남방 국가 조달시장으로 시장을 넓혀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올해는 국가예산이 512조원으로 확대되었다. 조달시장의 규모도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공공조달의 역할을 잘 새겨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