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보내는 짧지만 강한 신호
세부담 높이고 규제 범위도 넓혀
김현미 유임 ‘융단폭격’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정책 기조를 ‘투기와의 전쟁’으로 명명하고 고강도 규제를 예고했다. 정부는 그동안 8·2대책과 9·13대책, 12·16대책 등 집값 안정을 위해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으나 앞으로도 집값 불안이 계속된다면 얼마든 더 혹독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문 대통령이 7일 발표한 신년사에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내용이 한단락 포함돼 있다. 내용은 아주 짧지만 부동산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매우 강력하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택 공급의 확대도 차질없이 병행해 신혼부부와 1인 가구 등 서민 주거의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정부는 다주택자의 투기수요를 집값 불안의 요인으로 지목하고 수요 억제에 주력해 왔지만 공식적으로 ‘투기세력과의 전쟁’이라는 용어를 쓰진 않았다.
언론 보도에서 주요 대책이 나올 때마다 그런 표현이 등장한 바는 있지만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나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새 부동산 시장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를 대하는 정책 방향은 참여정부와 결을 같이하는 모습이다. 앞서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아 국회를 방문해 국정연설을 하면서 “부동산 문제는 투기와의 전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안정시킬 것”이라며 “투기 조짐이 있을 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반드시 막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 6개월 후 역대급 대책인 8·31 대책이 나왔다. 당시 종부세 강화 등 세제 강화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 각종 개발사업 부담금 확대, 송파신도시 개발 등 공급계획 등 가능한 대책이 총망라됐다.
그동안 강력한 대책을 줄지어 쏟아낸 정부는 앞으로도 시장 상황이 투기세력으로 인해 혼탁한 양상을 보인다고 판단되면 더욱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문 대통령은 최근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차출하지 않고 내각에 남겼다.
2017년 6월 취임해 벌써 2년 반동안 장관직을 수행하며 현 정권의 굵직한 대책을 이끌어온 김 장관은 앞으로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선봉에 나설 예정이다.
그도 일찌감치 취임 일성으로 ‘집값 불안은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투기세력과 대립각을 세워온 터였다.
민상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