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핵심협약 미비준 여파…내년 3월말 ’결과보고서‘ 나올 듯
관련법개정안 국회통과 미지수…비관세장벽 무역제재 가능성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 무산된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요청으로 우리나라의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노동조항 위반 여부를 다룰 전문가패널이 구성돼 오는 30일부터 활동을 개시한다.
EU측의 주장대로 우리나라가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결론 날 경우 무역제재 가능성도 열려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결과보고서는 90일간 활동기간 후 내년 3월말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이재민 서울대 교수, 프랑스 국적의 로랑 브와송 드 샤주네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 미국 국적의 토마스 피난스키 변호사를 전문가패널로 선정했으며 오는 30일부터 활동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전문가패널은 양 당사국 각 1명씩, 제3국 의장 1명 등 총 3명으로 구성된다.
이번 전문가패널은 EU의 요청에 따라 시작됐으며, 앞으로 90일간 우리나라의 ILO 핵심협약 이행 노력에 대해 양국 정부, 시민사회 자문단,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결과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ILO 핵심협약은 ILO가 채택한 189개 협약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에 관한 8개 협약으로, 우리나라는 이 중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금지 관련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22일 미비준 4개 핵심협약 중 제87호 결사의자유 및 단결권보호 협약,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 제29호 강제노동 협약 등 3개 협약에 대한 비준절차에 착수했으며, 지난 10월 정부 내 협약비준 절차를 마무리하고 ‘비준 동의안’과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국회 통과만 남아 있다.
하지만 ‘패스트 트랙’ 정국으로 국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연내 비준이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결과보고서가 나오는 내년 3월까지 법개정과 비준처리도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영계는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할 때 협약 비준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고, 노동계는 정부의 법안 내용이 ILO 핵심협약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야의 입장도 엇갈려 실업·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 및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개정안 등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미지수다.
김경윤 고용부 국제협력관은 “정부는 이번 패널 활동이 자유무역 협정 제13장의 이행 여부와 관련된 것인 만큼 우리나라가 ILO 기본권 선언의 정신을 국내법체계에 반영·증진시켜 왔다는 점과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는 점을 적극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패널에서 ILO 협약 비준이 무산된 점 등을 들어 부정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채택할 경우 자칫 우리나라는 ‘노동인권 후진국‘으로 낙인 찍히는 것은 물론, 무역상의 제재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항이다.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이 한국의 ILO 미비준을 이유로 FTA 위반을 거론하며 비관세 무역제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