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부동산 대책 후폭풍

12·16 부동산 대책으로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뒤늦게 주택 구입 행렬에 뛰어든 30대들의 ‘내집마련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대출을 받더라도 9억원이 넘는 집을 살 수 있는 30대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집값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박도 제기한다. ▶관련기사 19면

30대는 최근 서울 집값 상승장에서 가장 큰 매수 주체로 떠오른 세대다. 그만큼 이번 대출 규제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세대이기도 하다.

1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10월 석달 동안 서울 아파트를 사들인 주체를 연령별로 봤을 때 30대가 31.1%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그전까지는 대체로 40대가 가장 높았지만 역전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 단위에서는 여전히 40대의 매입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독 서울에서 30대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30대는 집값이 비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도 비중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 지역에서의 30대 매입 비중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20%대 초반에 불과했지만, 10월에는 28.5%까지 높아졌다. 가장 비중이 높은 40대(33.2%)의 턱밑까지 따라온 것이다.

30대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청약 시장에서 설 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청약가점제로 무주택기간이 길수록 당첨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가 된 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여파로 가점이 높은 중장년 세대가 대거 청약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서 30대가 청약에 당첨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울며겨자먹기로 기존 주택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12·16 대책으로 9억~15억 주택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낮아지고, 15억 초과 아파트는 대출 자체가 원천 봉쇄되면서 기존 주택 시장마저 진입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쌓아놓은 자산이 없는 대신 미래에 계속해서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는 30대에게 대출은 미래의 소득을 현재의 자산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데 이 고리를 끊어버린 것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만 하더라도 마·용·성 아파트의 가격대가 10억원을 넘기 때문에 쉽게 접근을 할 수 없게 된다”며 “(30대가) 실질적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 건 그 아래 단계의 시장이 될 것인데,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은 따로 있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서울에 전세를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 차모 씨는 “집값은 시장에 먼저 진입한 나이 든 세대들이 다 올려놓고 이제 막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30대가 들어가려하니 원천봉쇄하는 것 같다”며 “청년층의 내집마련 걱정을 덜어서 저출산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어디갔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출이 가능하더라도 9억원 넘는 주택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30대 중 소수에 불과하다며, 대출 규제를 해서라도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대다수 30대를 위한 주거 사다리를 놓는 것이라는 반박도 내놓는다.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이번 대책이 나오기 전에도 이미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주변에 집 사기를 포기한 친구들이 많았다”며 “올라갈 사다리를 만들어주는 것보다 굳이 올라가지 않아도 될 집값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성훈·양영경 기자/p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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