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 최근 종영한 사극 ‘나의 나라’의 캐릭터들에게는 각각의 나라가 있다. 이방원(장혁)과 이성계(김영철)에게는 대의명문과 개인의 욕망을 섞은 나라일 터이고, 남전(안내상)은 개인 욕망과 ‘신하의 나라’를 혼합한 나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교진이 연기한 박문복이 생각하는 자기만의 나라는 무엇일까? 따뜻한 밥 한끼와 햇살 가득한 공간이 그의 나라가 아닐까? 한마디로 민초들의 나라다.

문복은 10년간 군역을 살며 전장에서의 무수한 경험으로 웬만한 상처는 흔적도 없이 꿰매는 천의 무봉의 경지에 이른 캐릭터다. 인교진은 오랜 군역 생활로 찌들어 있는 문복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직접 까맣게 썩어 있는 치아와 기미가 가득한 피부 등 직접 분장 아이디어를 냈고 리얼한 문복의 모습을 탄생시켰다.

“다들 옷도 비슷해 나 하나라도 특색이 있었으면 했다. 오랜 군역 생활로 찌든 모습을 치아로 표현하는 게 과하지 않은지 작가 감독께 물어봤다. 단발도 내가 제안했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한번 해보세요 라고 했다.”

문복은 일반 드라마라면 주인공 서휘(양세종)을 돕는 ‘휘벤져스’ 중 한 명일 뿐이다. 하지만 문복은 돈이 없어 고뿔로 앓던 누이동생이 죽고 군역에 끌려온, 그래서 서연을 지키려는 서휘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 게다가 이화루의 기생 화월(홍지윤)에게는 10년간 군역을 하며 악착같이 모은 돈을 다 바칠 수도 있는 로맨티스트였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운동선수는 좀 더 좋은 기록을 내려고 하고, 문복은 재물을 모아, 잘 살아야지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버틴 것은 싸움 잘해서 버틴 게 아니라 눈치 잘 봐서 버틴 거요’라는 대사가 있다. 화월을 만난 것도 예쁜 각시 만나 잘 살아야지 하는 평범한 꿈이다.”

뭐니뭐니 해도 인교진의 최대 강점은 휘몰아치는 상황전개 속에서도 특유의 재치 넘치는 연기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 극의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점이다. 전라도와 충청도의 사투리가 섞인 말투와 감정이 살아있는 표정, 움직임 등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연구해 표현해낸 그의 연기는 ‘역시 능청 코믹 연기의 1인자’라는 평을 듣기에 충분했다.

“‘백희가 돌아왔다’때 구사했던 충청도 사투리와 비슷하면 안된다. 그래서 충청도와 전라도 접경지 말투로 했다.”

이처럼 인교진은 캐릭터 하나만 생각한다. 그것이 카메오 출연 섭외가 자주 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구에서 태어나 조치원, 천안에서 학교를 다녔다. ‘백희가 돌아왔다’때부터 충청도 사투리를 쓰면서 코믹 연기를 시작했고, ‘란제리 소녀시대’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 남은 건 전라도 사투리인데, 이번에는 전라도와 충청도를 섞었다. 사투리 연기를 잘 하고 싶다. 감초 코믹 연기도 하지만 진지한 것, 비열한 연기도 잘 한다. 순정만화풍은 자신 없다.”

인교진은 “저를 계속 쌓아온 캐릭터로 보기보다는, 예능 ‘너는 내운명’ 속 모습이 더해져 그냥 인교진으로 봐주시는 것 같다”면서 “자식과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는 연기자가 되겠다”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