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손자회사 공동출자 금지…공정위, 내년 1월 시행 예정
한경연 “하나의 회사에서만 대규모 M&A 자금을 만들기 어려워”
공정위 “하나의 손자회사를 하나의 자회사가 지배해야”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통해 ‘손자회사에 대한 공동출자’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자 재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기업들의 투자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로막힐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이를 강행할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0월 말부터 이달 2일까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실시했다. 지주회사 체제에서 손자회사에 대한 공동출자를 금지하고, 5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 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6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반대 의견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대거 막히고, 지주회사 전환 인센티브가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각 기업들로부터 의견을 취합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재계는 앞으로 기업이 단독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해야 해 자금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염려했다. 스웨덴이나 일본 등 해외서는 공동투자를 통해 활발한 M&A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공동출자를 허용해도 하향수직적 출자구조가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핵심적인 경영활동을 제한하는 규제는 시행령이 아닌 법률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유정주 한경연 기업혁신팀장은 "1~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M&A의 경우 하나의 회사에서 그만큼 자금을 내놓기 어렵다"며 "경기도 나쁜데 이러한 투자 옵션까지 막아버리면 기업들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는 50억원 이상의 대규모 내부거래를 할 경우 사전에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공시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도 강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수직계열화를 이룬 지주사 체제서는 각 자·손자회사 간의 거래가 많을 수 밖에 없고, 매번 이사회를 열어 승인을 거치려면 신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라고 장려해놓고선 인센티브를 없애는 것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타당하지 않은 의견이라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투명한 소유·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손자회사에 대한 최다출자자는 하나의 자회사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외국법인 또는 다른 기업집단과의 합작법인을 만들 수 있게 동일 지분을 공동으로 출자하는 것을 허용했지만 취지와 다른 사례가 자꾸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의무 지분율은 상장사 20%(비상장사 40%)이기 때문에 공동출자를 하지 않고도 손자회사에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주사가 자·손자회사로부터 받은 경영컨설팅 수수료 등 배당 외 수익이 전체 수익의 43.4%에 달하지만 이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고 있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봤다.
공정위는 기존 개정안 내용을 유지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