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저녁, 포시즌스 서울 호텔. 감사위원회포럼 설립 1주년 축하 자리가 열렸다. 최종학 서울대 교수의 현금흐름표 분석 강연과 이어진 신(新) 외감법 관련 제도 개선방향 토론 때까지는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식사가 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사달이 났다. 대구은행 감사위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인사가 흥분된 어조로 “나도 직업이 회계사인데, 감사비용을 이렇게 올리는 건 너무 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간당 8만원이던 감사비용이 13만원으로 뛰었다며 타당하냐고 반문했다. 주 52시간 때문에 어쩔수 없다며 기업에 비용을 더 부담시키는 회계법인들의 얘기도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말은 들은 금융위원회 팀장의 대답. “신고하세요” 그러면서 “당국 차원에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따른 감사계약 실태를 점검할 것”이라며 “명백하게 이 점을 보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는 “지난 2일 신고와 관련된 보도자료도 냈는데 모르시는 것 같다”며 “말씀을 들으니 대구은행이 너무 오른 것 같다. 대구은행부터 샘플로 잘 보겠다”고 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현대백화점 감사위원이라고 밝힌 인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 위원은 “금융위에 우리가 신고하면, 감사 가격을 금융위가 정해줄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감사비용 상승은 금융위가 (감사)시장 독점을 방치해 생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정기업 회계감사에 특정회계법인의 독점을 허용했단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시장시스템이 잘 작동하도록 고민하지 않고, 가격을 통제하고 처벌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그렇게 몇 차례 대화가 오가며 열이 올랐던 자리는 질의응답 시간이 끝나고 금융위 팀장이 대구은행 위원을 찾아가 달래며 진정됐다.

최근 기자가 만나는 한국공인회계사회 인사들은 무리하게 감사비용을 올리는 회계사들을 ‘엄단’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행사를 와서 보니, 기업들의 감사비용 불만이 얼마나 심했으면 협회 차원에서 ‘엄단’이라는 표현을 썼을지 이해가 됐다.

향후 외부감사인들이 보여줄 감사 품질은 감사비용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까. 당국과 회계법인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김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