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달러 규모 수준으로 확대

올해 상장폐지 100개 넘을듯

높은 총보수율· 저조한 자산 요인

4조달러에 달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성장세가 최근 둔화되며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시장 내 양극화가 심화되며 상장폐지에 처하는 ETF가 속출하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증권가와 외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 ETF 시장 규모는 4조달러(약 4662조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략 투명성이 높고 단순한 패시브 투자가 각광 받으면서 ETF로 막대한 자금이 유입된 덕분이다.

그러나 지난해 운용자산(AUM)이 처음 역성장하는 등 시장이 포화상태에 진입하면서 더 이상의 양적 성장은 점점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매년 200여개의 신상품이 우후죽순 쏟아지지만 극히 일부만 ‘히트 상품’으로 살아남고 있다.

투자자들의 외면에 상장폐지되는 ETF도 늘고 있다. 2011년 25개에 불과했던 상장폐지 건수는 2017년 127개로 고점에 달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83개가 상장폐지되며 2년 만에 다시 100개를 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AUM은 정체되고 거래도 거의 없는 ‘좀비펀드’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AUM 1억~10억달러인 소위 ‘중산층’ ETF 비중은 전체 시장 AUM 대비 5.9%로, 10%를 넘었던 2013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ETF 시장의 뚜렷한 양극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UBS의 데이비드 펄맨 ETF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성장 둔화는 더 큰 규모의 구조조정(shakeout)의 시작일 수 있다”며 “미국에 상장된 ETF 2100개 중 절반 이상은 자산이 1억달러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남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2013년 이후 미국 시장에서 상장폐지 ETF를 분석한 결과 시장 평균 대비 높은 총보수율, 저조한 AUM과 일평균 거래대금, 업계 내 운용사 역량 및 규모가 상장폐지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다만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생태계 정리”라며 “비슷한 전략을 추구하는 여러개의 상품이 좀비펀드로 전락하는 대신 상폐를 통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전략과 테마를 가진 ETF 등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