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LO핵심협약안’ 처리 속도

경영계 “한국 현실에 시기상조”

여야 시각차…통과여부 불투명

한-EU 분쟁해결절차 들어갈수도

실업·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정부가 4일 노조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정부는 입법 작업과 함께 ‘투트랙’으로 진행 중인 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도 10월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업무현황 보고를 통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정부 내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만큼 협약 ‘비준 동의안’과 ‘법률 개정안’이 정기국회에서 조속히 논의될 수 있도록 차질없이 준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ILO 핵심협약은 ILO가 채택한 189개 협약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에 관한 8개 협약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이 중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금지 관련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재갑〈사진〉 고용부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 인사말을 통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및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10개월 간의 사회적 대화와 노사 의견을 수렴한 마련됐다”며 “3개 개정법안이 국회에서 심도있게 논의될 수 있도록 의원님들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인 국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과 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경영계는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할 때 ILO 핵심협약 비준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고, 노동계는 법안 내용이 ILO 핵심협약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비판한다. 여야의 입장도 극명히 엇갈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지 못하면 비준안 처리는 사실상 어려워지고 ILO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싼 한국-유럽연합(EU)의 분쟁 해결 절차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한국이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쟁 해결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양측은 분쟁 해결 절차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패널 구성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 패널이 구성되면 한국의 FTA 위반 여부를 따져 패널 보고서를 채택하게 된다. 당초 한국과 EU는 지난달 초 전문가 패널 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협의가 지연됐다. 패널 구성은 곧 완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패널이 구성되면 90일 동안 활동하는 만큼 패널 보고서가 올해 말∼내년 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일 고용부는 결사의 자유 등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실업자·해고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등 3개 관련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3개 법 개정안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의 최종 공익위원안(2019.4.15.)을 토대로 정부가 초안을 만들고, 7월 31일부터 9월 9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친 후 마련된 최종 정부 입법안이다. 정부의 협약 ‘비준동의안’은 관계부처 및 노사단체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바 있다.

김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