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F 등 패션 대기업 크라우드 펀딩 실험 활발

-단기간에 소비자 반응 확인해 시장성 검증

-“중소기업에 이어 대기업까지 가세하며 판 커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사내벤처인 ‘플립(FLIP)’이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출시한 구스다운 패딩. [플립 공식 홈페이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사내벤처인 ‘플립(FLIP)’이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출시한 구스다운 패딩. [플립 공식 홈페이지]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사내벤처인 ‘플립(FLIP)’은 지난해 구스다운 패딩을 선(先)주문 방식으로 선보였다. 제품을 내놓기 전 소재 선정과 생산 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미리 주문을 받았다. 마케팅비·물류 배송비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제품의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였다. 소비자 수요를 정확히 반영한 이 제품은 한 달 만에 목표금액인 500만원을 훌쩍 넘긴 2억5312만원을 끌어 모았다.

패션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판매 통로였던 ‘크라우드 펀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단기간에 소비자 수요를 예측하고 시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도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할 수 있어 대기업의 크라우드 펀딩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크라우드 펀딩은 기업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투자·후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기업이 선주문을 받은 후 상품으로 보상하는 ‘리워드형’과 상장 후 주식으로 환원하는 ‘증권형’으로 나뉜다. 패션기업은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 목표인만큼 주로 리워드형을 선택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크라우드 펀딩을 실험 사례로 활용하고 있다. 플립의 첫 펀딩이 성공하자 자사 브랜드와 협업을 확대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올해 초에는 여성복 브랜드인 ‘보브’와 ‘스튜디오 톰보이’에서 디자인한 각기 다른 트렌치코트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와디즈에 공개했다. 해당 펀딩이 목표금액의 500%를 달성하는 등 큰 인기를 끌자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각 브랜드는 플립의 사례를 참고해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플립은 크라우드 펀딩을 발판으로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오는 10월 중국 징동닷컴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JD크라우드펀딩’에 상품을 공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조홍준 플립 매니저는 “최근 JD크라우드펀딩이 국내 스타트업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며 “중국 시장에서 상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인만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해 오프라인으로 역진출한 사례도 있다. LF는 2017년부터 온라인 신발 주문생산 서비스인 ‘마이슈즈룸’을 운영하며 시장 반응을 테스트했다. 6차례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에서 목표치의 세 배가 넘는 주문량을 달성하자 본격적으로 신발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LF 관계자는 “소비자 수요가 불확실한 초기에 단일 상품 위주로 선보이며 시장성을 검증했다”며 “최근 신발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했다고 판단해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패션업계에는 크라우드 펀딩이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을지 주목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며 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세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와디즈의 올 상반기 패션·잡화 부문 리워드 펀딩 프로젝트는 964건에 이르며 펀딩 금액은 80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