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산 판쳤던 국내시장
국산태극기 판매량 50% 껑충
시민 “광복절에 아이와 함께 게양”
“태극기 안 팔려도 좋으니…일본이 우리나라에게 경제보복을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태극기 제조업체 손모 대표)
한동안 뜸했던 국경일 국기게양이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때는 태극기부대의 상징으로 극우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태극기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열풍 속에 전 국민의 애국심이 고취되면서 이례없이 판매량도 늘었다.
국내산 태극기를 판매하는 국산업체 H모 디자인은 최근 2주간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인 8월 1일부터 광복절까지 기간보다 50%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값싼 중국산 태극기가 판치는 판국이라 국내 업체의 매출이 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일본이 지난 2일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며 불을 지핀 보이콧 재팬 열풍이 국산 태극기 구매로까지 이어졌다.
H 디자인 손모(38) 대표는 “해마다 광복절은 태극기 판매 성수기다. 그런데 올해는 태극기 판매가 지난해 광복절 시기와 비교하더라도 더 많이 늘어났다. 일본 불매운동 열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는 기세를 몰아 태극기 그리는 방법을 설명한 설명서까지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 시국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보태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손 대표는 “현 시국에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금이라도 도움을 보태고 싶은 마음으로 제작했다”며 “보이콧 열풍이 끝나고 태극기가 덜 팔려 특수가 사라져도 상관없고, 그저 나라만 피해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도 덧붙였다.
광복절을 앞두고 태극기를 게양하겠다는 가구도 늘어날 조짐이다. 아이들에게 현재 한일 관계와 광복절의 의미를 가르치고 함께 국기게양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는 학부모들도 많다.
학부모 이선우(37) 씨는 “요즘 태극기 게양하는 집이 줄어들었다고 하길래, 불매운동에 힘도 보탤겸 광복절에 아이와 함께 태극기를 달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 집에 태극기도 없었다가 이참에 주문해 마련한 거라서 조금 부끄럽다”며 “국민학교 때 국경일마다 부모님과 함께 게양했던 추억이 떠올라서 살짝 들뜨기도 하고 뭉클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태극기가 극우집회의 상징처럼 여진다며 멀리했던 젊은층의 시각도 일본 불매운동을 거치며 달라지고 있다. 광화문 소재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이선영(29·가명) 씨는 “극우 집회에서 흔드는 태극기만 보다보니 태극기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며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하다보니 국산 제품 표시를 한다고 이곳저곳 붙여놓은 태극기가 반갑고 새삼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했다.
일부 문구점은 국산임을 표시키 위해 국산 제품인 경우 볼펜 매대에 태극기 스티커를 붙여놓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보이콧 재팬의 일환으로 태극기를 구입할 때는 규격에 미달되는 중국산 제품을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태극기의 상당수는 값싼 중국산인 것이 현실이다.
서울 종로구의 모 태극기 판매업체는 “중국산은 대한민국 국기법이나 규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흉내만 내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몇백원 더 싼 것을 찾는 손님이들이 많아 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국산 태극기가 마진율이 낮지만 장삿속을 내려놓고 추천하고 있으니, 이왕이면 국산제품을 사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한편 보이콧 열풍에 힘입어 태극기 판매량은 온라인 마켓 전반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위메프는 최근 한 달 기준(7월6일~8월5일) 태극기 판매량이 3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일주일(7월29일~8월4일) 태극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2387% 증가했다.
티몬에서도 제헌절 이외에는 특별히 태극기 수요가 크지 않은 7월 태극기 판매량이 313% 증가했다. G마켓도 최근 한 달 기준(7월6일~8월5일) 태극기 판매량 증감 추이를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