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가수 김도향(74)이 새 음반을 낸다. 15일 11곡을 담은 신보 ‘인사이드’(Inside)를 발매한다. ‘김도향Breath2006’이후 13년만의 앨범이다. 두 명의 음악가 스윗 피플과 함께 전곡을 직접 작곡, 작사했다. ‘기다리다 난 다 늙어 버렸어(중략)내 마음이 텅 비워지니 쓸쓸하고 편안하다’라고 노래하는 타이틀곡 ‘쓸쓸해서 행복하다’ 등의 노래들이 모두 여유롭고 관조적이다.
서울 출신인 김도향은 1970년 손창철과 ‘투코리언스’로 데뷔해 ‘벽오동 심은 뜻은’ ‘언덕에 올라’ ‘바보처럼 살았군요’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이어 서울오디오라는 회사를 설립해 광고음악 제작자로서 이름을 떨쳤고, 명상과 태교 음악가로도 활동했다. 11살에 여성 복음가수 델라 리즈(Della Reese)의 노래에 반했다. 그 때의 충격이 아직까지도 그의 음악을 지배한다고 한다.
“음악을 접한 지 60년이 넘었다. 하지만 음악 공부는 안했다. 음악은 감성이어서 느껴야 한다. 중학교(경기중고)부터는 영화에 빠졌다. 종로 우미관 옆에 살 때 거의 매일 하루에 3편 정도 봤다. 영화관 사장님이 나를 머리가 크고 귀엽다며 기도석에 앉혀놓았다. 어느 순간 나의 관점으로 편집과 카메라 워킹, 시나리오를 고치면서 영화를 보게 되더라. 1천편은 봤다. 시네마천국의 어린 애보다 영화를 더 많이 봤다. 영화 ‘길’에 안소니 퀸과 함께 나온 줄리에타 마시나를 흠모했다. 1천곡 넘는 영화음악도 다 외웠다. 영화감독 입장에서 세상을 보니 친구와 선생님도 우습게 보였다.”
김도향은 광고음악은 실력이 좋아 만든 게 아니라 영화를 많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화면회의와 음향회의를 동시에 하니 내가 그림 아이디어를 잘 냈다. 영상을 보고 오디오를 설명하면 감독들이 좋아했다.”
김도향은 CM송을 3천여곡이나 만들었다. ‘줄줄이사탕’ ‘사랑해요 LG’ ‘동원양반김’ ‘스크류바’ ‘찬바람이 싸늘하게 옷깃을 적시면~’의 ‘삼립호빵’ 등 당시 CM송 70% 정도를 김도향이 썼다. 돈도 많이 벌었다. 하지만 그 많은 돈 대부분을 태교음악을 제작하는 데 썼다. 그의 최고 히트곡 ‘바보처럼 살았군요’는 CM송을 만들며 한창 잘 나갈때 쓴 곡이다.
“1977년, 바쁘게 살면서 공허하기도 하고 이게 뭐하는 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밖에 나무 잎이 뚝 떨어졌다. 제 자리에 떨어진 걸까를 생각하며, 그 순간 작곡까지 했다.”
‘바보처럼 살았군요’는 김도향이 만들었지만 이종용과 김태화가 먼저 부르고, 김도향은 뒤늦은 1980년에 불러 세 명이 한 노래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됐다. 그는 “그래도 가장 늦게 부른 내 음반이 85만장이나 나갔다”고 회상했다. 그 노래는 최규하 대통령의 주제곡(?)으로도 쓰이고 대학가요제에서 1위를 하기도 했다. 영화배우 최은희의 장례식장에서는 이 노래가 계속 흘러나왔다.
그는 1980년말 잘 나가는 광고음악회사를 직원에게 맡기고 입산수도했다. 명상을 하고 태교음악을 만들었다. 10년간 이 일을 지속했다. 하얀 수염이 도인(道人)의 풍모를 풍겨 잘 어울렸다.
“나는 원래 수염이 하얗게 났다. 진짜 도사들이 부러워했다. 내가 도를 안닦아도 도사라는 증거라고 농담을 했다.”
김도향은 “소리 하나만 잘 못 내면 태아가 다친다. 단순한 음악이 아니고 임신중 태아와 엄마 사이에 형성되는 경락들이 모두 달라 기운이 차야 기찬 놈이 된다. 이걸 소리로 만들기 위해 명상, 마음공부부터 했다. 한의사와 기(氣)도 함께 공부했다”면서 “녹음실 등에 70~80억 넘게 투자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지금도 제 태교음악을 들었던 분들이 감사의 편지를 보내온다”고 말했다.
그는 ‘투 코리안스’ 시절 포크 장르의 음악을 했다. 그런데 ‘벽오동 심은 뜻은’은 국악의 느낌이 난다.
“포크는 민요란 뜻이다. 유럽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갔다. 밥 딜런의 통기타 음악 같은 거다. 그런데 한대수가 ‘물 좀 주소’를 발표해, 전쟁을 증오하고 저항하는 노래를 포크로 느껴지게 됐다. ‘아리랑’이 포크다. 그래서 ‘벽오동 심은 뜻은’은 민요를 섞어 만들었다. 통기타 치며 굿거리 장단을 했더니 사람들이 놀랐다.”
김도향은 “요즘 한국 음악이 세계적인 소리가 됐다. 세계적인 재즈 연주자 스탄 게츠가 우리 국악, 여민락을 듣고 천상의 소리라고 했다”면서 “가곡을 들으면 아마 기절했을 거다. 이런 음악을 우리들도 잘 모른다. 국내에서 화성악 등 서양 실용음악을 배운 사람들이 30만명쯤 되는데, 거의 백수로 지내고 있다. 이들에게 불을 지펴주면 세계가 놀랄 거다. 그래서 K팝 다음으로 K재즈가 유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은 60년 내 음악인생, 내 혼이 다 들어가 있다. 나의 소울로 만들었다. 내가 노래를 잘했다가 아니라,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죽기 전에 실버세대에게 주고 가야한다. 이제 앨범을 만들 힘도 없다. 재즈 리듬을 읊조리듯이 노래했다. 지루할 수도 있지만 다들 편하고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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