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타격땐 협력사 더 큰 피해” 靑·여당대표 간담회 우려 목소리 부품·소재이어 금형 등 불안 확산
“대기업들이 타격을 받으면 부품·소재 협력업체들은 더 심한 피해를 본다.” “고의적인 통관지연 등 다른 보복까지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
일본의 대한 경제제재로 인한 공포가 중소기업으로 번졌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을 이끄는 대기업 뿐 아니라 연관된 협력업체나 다른 영역으로 그 여파가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다음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계는 이런 우려를 전하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관련기사 2·6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 대표에게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상황으로 중소기업들이 감내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튿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간담회에서는 일본의 제재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중소기업계의 목소리가 더욱 높았다. 당장 제재대상과 연계된 기업이 아니어도 일본의 고의적인 통관지연 등 다른 형태의 보복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한국 기업들의 금형은 일본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납기가 20~30일 정도 빠르다는 경쟁력 덕분에 일본에 연간 5억달러 정도 수출을 한다”며 “대일관계가 악화돼 일본에서 통관을 지연시키면 납기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니,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김 실장은 “금형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중소기업이 단기적으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여러 경로를 통해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인과의 간담회에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일본의 수출 제재로 인해 예기치 않은 분야의 중소기업까지 피해를 볼 수 있음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반도체에 100가지 부품이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일본이)세가지 품목만 규제해도 나머지 97개 업체도 피해를 보기 마련”이라며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해 대·중소기업이 협력해야 하고, 대기업이 일정 부분 구매해 준다는 보장이 있어야 이른 시간에 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제언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함께 자리한 대기업 총수들이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앞서 중소기업계는 자체 조사를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가 지속될 경우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지난 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조업 269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실시한 의견조사 결과 38.9%가 감내할 수 있는 기간은 3개월 미만이라 답했고, 30.1%는 6개월까지 버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재 거래처를 일본이 아닌 곳으로 다변화하는 것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소재 거래처 다변화에 6개월 이상~1년까지 소요된다는 응답은 34.9%, 1년 이상 소요된다는 응답은 42.0%가 나왔다. 6개월 안에 일본이 아닌 곳에서 소재를 구할 수 있다는 업체는 23.1%뿐이었다.
중소기업들이 소재 거래처 다변화를 꾀한다 해도 복잡한 통관절차 등 난관이 남아 있다.
설문에 응한 기업들은 일본의 제재 극복을 위한 정부의 지원책으로 ‘소재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 자금지원’(63.9%)과 함께 ‘수입국 다변화를 위한 수입절차 개선’(45.5%) 등을 들었다. 소재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은 단기간에 결실을 맺기 어려운 만큼, 일본의 경제 보복과 맞물린 소재 수입 등에 대해서는 특례적인 절차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