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체육교육 패러다임 확실한 변화 필요하다 [헤럴드경제=박준환 기자]또 터졌다. 스포츠계의 성(性)폭력사고가.
대한체육회가 지난 25일 진천선수촌에서 쇼트트랙 대표팀 남녀 선수 16명 전원을 쫒아내는 초강수를 뒀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남자 L선수가 지난 17일 진천선수촌에서 진행된 실내 암벽 훈련 도중 여자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남자 후배 H선수의 바지를 벗긴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모멸감을 느낀 H선수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쇼트트랙 대표팀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이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스포츠계의 성폭력 등 사고는 한두번이 아니다. 채 잊기도 전에 연이어 불거져 나온다. 특히 국가 대표팀 지도자들까지 선수에게 성폭력을 가한 행위는 사회 전체의 공분(公憤)을 사고도 남았다.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아직도 채 가시지 않았다.
사회적 공분과 국민적 충격이 컸기에 정부는 이를 조금이라도 달래고 치유하려 스포츠혁신위원회를 만들어 활동케 했다. 성폭력 뿐만아니라 스포츠계에 만연돼 있는 진학 및 학사비리, 불공정, 반인권, 반민주적 행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하고 이 참에 국민적 열망을 반영, 스포츠 생태계를 공정하게 가꿔보겠다는 야심(野心)에서다.
지난 2월 발족한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최근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선수육성시스템 혁신 및 일반학생의 스포츠참여 활성화 권고 사항’을 발표했다. ‘떡잎’단계부터 바로 잡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공부와 운동의 이분법적 인식속에서 국가주의, 결과지상주의의 목표아래 40년 가까이 헌법적 기본권인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박탈해 온 제도적 기제는 이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서다.
그리고는 학생선수의 학습권 확보에 초점을 맞춘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체육특기자 진학 ▷학교운동부 운영 및 관리 ▷학교운동부 지도자 역할과 처우개선 ▷학생의 스포츠 참여 활성화 ▷전국스포츠대회(전국소년체육대회 포함) 운영 등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6대 사항을 권고했다.
혁신위는 정문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박백범 교육부 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권고사항에 실행방안까지 마련케함으로써 권고사항에 대한 조치는 준(準)강제성을 지니게 됐다.
민간위원으로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류태호 고려대 교수는 “권고사항은 공부하지 않는 학생선수에게 공부하게 하고, 운동하지 않는 일반학생에게 운동하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전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학생선수는 정규수업에 참여하도록 학기 중 주중 대회 참가 금지 및 최저 학력에 도달하는 학생만 대회 참가토록 하고 경기력ㆍ내신 성적ㆍ출결ㆍ면접 등이 반영된 체육특기자 진학시스템 구축, 인권친화적 학교운동부 운영 및 관리, 학교운동부 지도자의 처우 및 부조리 예방을 위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 모든 학생의 스포츠 활동 참여 지원 등으로 전국 규모의 스포츠대회를 학교운동부와 학교스포츠 클럽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학생스포츠축전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권고사항에 대해 학교스포츠 정상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선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취지에 공감한다면 제도를 연착륙시킬 방안을 찾으면 된다. 현장을 핑계로 집단 이기주의에 숨어서는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