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창업진흥원장 인터뷰 기술중심 도전정신 넘치는 창업붐 ‘돈잔치’ 제1벤처붐 때와 달라
혁신바탕 창업지원 간소화 속도 유니콘보다 지속성장 기업 위대
“지금처럼 달라진 분위기로 5년만 더 간다면 창업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는 정착될 것으로 봅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의 팁스타운에서 만난 김광현 창업진흥원 원장은 ‘조급증’을 아쉬워했다. 충분히 달라졌고, 그 분위기가 5년만 더 가면 핀란드 못잖은 생태계가 정착될 수 있는데 “달라진 게 없다”는 비방이 너무 성급하단 것이다.
“아직도 대기업 취업이나 공무원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고, 취업이 안돼서 창업한다는 이들도 더러 섞여있겠죠. 하지만 이들이 주류는 아닙니다. 디캠프 센터장으로 처음 갔던 4년 전(2015년)에 비하면 엄청 달라진 건데 조금이라도 빨리 하려고 조급증들을 내요.”
김 원장이 염려하는 조급증의 배경에는 ‘창업’하면 따라붙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은퇴자와 치킨집이 엮인 ‘불안한 미래’, ‘제1 벤처붐’ 시절 “눈먼 돈이 난무한다” 할 정도의 주먹구구식 행정 등이다. 김 원장은 최근 창업붐은 이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제1 벤처붐 시절에는 벤처에 대한 이해나 지원체계가 확실치 않아 ‘돈잔치’ 한다는 곳이 많았죠. 지금은 기업 심사하는 투자자들이 화장실에 숨어 직원 분위기 살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밀합니다. 대표가 강남 술집에 드나든다는 말만 한번 돌아도 기업에 치명타예요.”
그의 말처럼 현재 창업의 위상은 달라졌다. 올해 1/4분기 신설법인 수가 2만6000개를 넘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바꿀 정도로 창업이 활발해졌고, 정부 지원도 효과를 내고 있다. 정부가 지원한 창업기업의 평균 고용인원은 2017년 기준 5.55명으로, 일반 창업기업(3.2명)에 비해 많다. 기술창업에 힘이 실리는 등 ‘체질개선’도 이어졌다.
정부 지원은 ‘빛’ 뿐 아니라 ‘그림자’도 만들었다. 관(官) 주도형 지원에 대한 우려, 복잡한 행정절차에 대한 비판 등이 따라붙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생태계가 활성화 될 때까지 일시적인 상황이라 전했다.
“아직은 생태계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아 정부 지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민간이 주도하는게 바람직하죠. 지원 방식에 정답이 있겠어요. 각자 장점을 살려 형편에 맞게 하면 됩니다.”
정부 지원 받으려면 하루 종일 ‘풀칠’(서류작업)만 해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세금을 허투루 쓸 수는 없으니, 까다로운 절차는 감수해야 한다”면서도 “일부 절차들은 개선한지 오래됐다”고 설명했다.
절차개선은 그의 소명 중 하나다. 그는 창진원을 이끄는 동안의 소명 세 가지로 ▷혁신이 가능한 조직문화 정착 ▷간접지원 플랫폼 강화 ▷창업지원 절차 개선 등을 들었다. 창업지원 절차 개선의 일환으로 연간 100만원 한도에서 지급하는 ‘서비스바우처’ 사업도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온라인법인설립 시스템에서 액티브X를 제거하는 작업도 80%까지 진행했다.
창업진흥원 안에서도 혁신을 속속 시도하고 있다. 올해 김 원장부터 모바일결제에 나섰고, 다른 임원들에게도 이를 전파할 계획이다.
창업은 30여년을 기자 한 길만 걸어왔던 그가 처음으로 눈을 돌린 분야였다. 언론사에서 전문기자, 모바일로의 전환 등의 실험을 해 왔던 그는 2015년 은행권 청년창업 지원센터 디캠프 센터장의 문을 두드렸다. 지원이란 이름으로 한 발 물러나 있었지만, 창업에 도전한 청년들과 3년간 동고동락했다.
“실력자로 구성된 ‘어벤저스’가 서로 고집부리다 깨지는 것부터, 투자받고 건방져진 팀이 망하는 경우까지 수많은 흥망성쇠를 봤죠. 성공과 실패에는 이유가 다양하지만 창업자의 리더십이 성패를 가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디캠프에서 본 팀이 잘 되서 SNS에 소식을 올리면 시집간 딸이 잘 살고 있다고 안부를 전하는 것처럼 반가워요”.
인터뷰 내내 창업자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던 김 원장이지만, 유독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이란 말은 달갑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창업기업들은 데스밸리(7년차쯤 다가오는 수익모델 위기)를 넘는 것도 힘들고, 매년 꾸준한 매출을 내기도 어렵습니다. 여기에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인데 꼭 유니콘이 돼야만 뭔가 해낸 것처럼 보는 시선은 동의하지 못하겠어요. 유니콘이 아니어도 안정적으로 현상을 유지하고, 지속 성장하는 기업이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