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부 겨눈 삼바수사…대법원판결 영향 우려 미중 무역갈등 IT기업이 최전선…타격 불가피 JY, 위기감 해소·사내 분위기 쇄신 직접 나서 주말 사장단회의 주재…미래 비전제시 잰걸음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삼성전자에 암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빅사이클이 종료되며 실적이 급전직하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악재다. 이미 시장에서는 2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이 1분기보다도 부진할 것으로 기정사실화한다. 하지만, 위기감의 근본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되고 있는 불확실성에 있다.
기업은 본래 알려진 악재보다 불확실성을 극도로 경계한다. 불확실성의 강도 또한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의 내부와 외부 요인 모두에서 삼성을 짙누르고 있다. 글로벌기업 삼성에게 미국과 중국의 패권을 둘러싼 무역전쟁은 대형 악재다. 여기에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검찰 수사는 그야말로 치명타다.
이 여파로 조직 내부에 위기감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고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휴일인 지난 주말 경기도 화성사업장에 전자 관계사 사장단을 모아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 대책 회의를 가진 것도 자칫 위기감에 움츠러들기 쉬운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과감한 투자와 고용을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수사 도대체 언제까지…사법 리스크에 휘청이는 삼성= 삼성을 짓누르는 가장 큰 불확실성은 단연 검찰 수사와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 수사가 거세게 진행되면서 삼성 내부 분위기는 차갑게 식고 있다. 그동안 관계사로 향하던 검찰의 삼바 수사가 최근 삼성전자 수뇌부를 정조준하는 형국으로 진행되며 위기감은 한층 증폭되는 모습이다. 현재 삼바의 분식회계와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부사장 2명이 구속 수감된데 이어 오는 4일에도 다른 부사장 2명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진행 중인 검찰 수사가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수장 정현호 사장으로 향하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전, 휴대폰 등으로 분산된 삼성전자의 사업 부문 간의 시너지를 조율하는 중추 사업부다.
삼바에 대한 검찰 수사 강도가 한결 거세지자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에 미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바의 분식회계를 향하는 검찰의 수사 초점이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와 얽힐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실제 현 수사를 바라보는 다수가 삼바의 분식회계 수사가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180조원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발표하고, 정부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낙점된 시스템반도체 육성 비전 발표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뒤 일던 긍정 기류는 최근 종적을 감췄다.
이를 바라보는 경제계는 재계 1위 기업의 총수 리스크 재현 가능성에 극도의 우려감을 표한다. 삼성이 지난해부터 단행해온 대대적인 투자와 고용 결정은 물론, 지난 주말 이뤄진 긴급 경영 회의처럼 조직에 위기감을 쇄신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있어 총수의 역할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집요하게 총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현 정권을 바라보면 한숨이 난다”며 “기업인들은 요즘 흘러가는 시계만 본다는 말을 정부가 곱씹어 봤으면 좋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관세맨 트럼프의 도발…미-중 무역 전쟁 삼성에는 치명적= 검찰 수사와 함께 삼성을 뒤흔드는 불확실성은 관세맨으로 불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글로벌 무역전쟁이다. 글로벌 경제 G2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봉합국면에서 최근 파국 국면으로 전환되며 삼성전자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전례 없던 메모리 반도체 빅사이클이 종료되며 실적이 급전직하하고 있는 와중이어서 미ㆍ중 갈등의 압박감은 한층 무겁게 다가오고 있다.
삼성이 현 갈등을 우려스럽게 보는 데는 미ㆍ중 무역갈등의 최전선이 정보기술(IT) 기업에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거래하는 것을 금지토록 하면서 불똥은 비단 미국 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번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시장의 선택을 강요받아 나머지 절반의 시장을 잃게되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가정해야할 처지다. 이는 과거 사드 사태로 보복을 당했던 롯데그룹의 악몽에 근거한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5대 거래업체’ 가운데 하나다.
미ㆍ중 무역전쟁은 그나마 2분기를 바닥으로 보던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의 실적 부진 장기화 가능성 또한 열어놓았다. D램은 미국 IT기업들의 보유 재고 증가로 클라우드 서버 증설 수요가 줄자 가격이 빠르게 하락 중이다. D램(DDR4 8기가비트 기준)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3.75달러로 작년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작년 7월부터 11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설상가상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선을 전 세계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문제를 빌미로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TV 물량 대부분을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만들고 있고,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현지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미국이 고율관세를 물리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순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