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분실물센터 르포…“요즘엔 무선이어폰 많이 들어와” -분실 습득물 연간 100만건 육박…분실신고도 40만건 -쏟아지는 분실물에 각종 민원, 지하철선로 유실물 위험까지

경찰청이 서울 광진구에 운영하고 있는 분실물 보관센터에 물건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박자연 인턴기자/nature68@]
경찰청이 서울 광진구에 운영하고 있는 분실물 보관센터에 물건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박자연 인턴기자/nature68@]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ㆍ박자연 인턴기자] 틀니, 용달차에서 떨어진 꽃바구니, 기타와 플루트 등 고가의 악기까지. 100칸 남짓 되는 선반에는 서울 각지에서 들어온 분실물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공간이 부족한듯, 쌀과 음료 등 일부 분실물은 바닥에 놓여있기도 했다. 분실물 센터에 상주하는 경찰관은 “오늘(29일) 기준으로 4648점의 분실물이 있다”고 말했다. 분실물에는 ‘접수관서’와 ‘접수일자’, ‘접수번호’ 등이 적혀 있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경찰청 분실물보관소는 서울시내에서 접수된 분실물들이 마지막으로 머무르는 장소다. 분실물을 접수한 각 기관과 일선 경찰서에서 처리되지 못한 분실물들이 마지막으로 이곳에 도착한다. 분실물보관소에서는 ‘공매’ 과정을 거쳐, 쓸만한 물건을 일반인과 업자들에게 매각하고, 남는 물건은 폐기처분한다. 경찰이 주민신고나 자체 활동을 통해 습득한 분실물(이하 습득물) 건수는 연간 백만 건 수준에 육박했고, 연간 접수되는 개인 분실신고 건수도 매년 수십만 건에 달한다. 분실물 보관소 소속 경찰관은 “최근들어서 무선이어폰과 같은 분실물들이 많이 들어온다”면서 “분실물이 너무 많아서 근무조를 편성해 업무를 처리할 정도로 일이 많다”고 했다.

▶ 100만건 육박하는 경찰 ‘습득물’=31일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 2018년 취득한 습득물은 전국에서 총 93만1322건에 달했다.

지난 2013년 경찰에 접수된 습득물은 51만6347건에 불과했던 습득물이 지난 5년새 80.4%(41만4975건) 증가한 모습이다. 매년 10만~20만 건씩 습득물이 증가하는 통에, 올해는 경찰이 접수한 습득물이 100만 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민원인이 경찰에 접수한 분실물 신고는 해마다 약 40만건 수준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38만4939건의 분실물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지난 2017년에는 41만2807건이었다.

경찰 지구대와 파출소에 접수되거나, 경찰관들이 순찰 도중 확보한 습득물들은 모두 일선경찰서 생활질서계로 이동한다. 생활질서계는 6개월간 분실물을 보관하고, 분실신고가 들어오면 확보된 습득물을 조회해 민원인들에게 찾아주는 절차를 거친다. 습득물의 주인이 확인될 경우에는 직접 주인을 찾아주기도 한다. 이후 쓸모없는 물건은 폐기되고, 가치있는 물건은 자선단체 등에 양도되거나 국가로 귀속된다. 일부는 공매를 통해 판매된다. 아주 중요한 귀중품은 계속 경찰이 보관하기도 한다.

경찰관이 분실물 처리 절차를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박자연 인턴기자/nature68@heraldcorp.com]
경찰관이 분실물 처리 절차를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박자연 인턴기자/nature68@heraldcorp.com]

▶ 분실물 처리 경찰관들의 ‘고충’= 경찰서에 매일 접수되는 습득물 건수는 많게는 50건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분실물 한 건을 놓고서도 이처럼 다양한 업무를 해야하는 탓에 일선경찰서 생활질서계 담당자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옛날에 비해 분실물과 관련된 문의전화가 많아져서 업무량이 늘어났다”면서 “분실물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이 습득한 물건이 실제 분실자와 일치하는지 번거로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해서 업무가 많다”고 털어놨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도 “1년에만 1만 건 정도의 분실물이 강남경찰서에 접수된다”면서 “특히 인근 코엑스에서 공연이 있을 때는 전체적으로 접수되는 분실물 건수가 크게 증가한다”고 하소연했다.

경찰관이 어렵게 물건 주인을 찾아줘도, 민원인에게 되레 욕을 먹기도 한다. 민원인 입장에서는 경찰이 찾아준 물건이 자신이 분실했을 상태와는 다른 경우가 발생해서다.

강동경찰서 관계자는 “물건 안에 돈이 있는 경우 물건만 들어오고 돈은 없는 경우가 상당히 발생하는데, 물건을 찾으러 온 분실자가 경찰관에게 언짢음을 내비친다”면서 “경찰관은 열심히 찾아줬는데, 누가 물건을 인계했냐고 추궁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습득물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서 애를 먹기도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이 대표적인 예다. 제주도에서는 지난 2017년도에 2만8293건의 습득물이 발생했는데, 이를 보관할 장소가 없어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경찰은 습득물을 의무적으로 6개월간 보관해야 한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 갑)은 “제주청 유실물 창고가 각종 잡동사니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6개월간 보관해야 하는 현행법 규정 탓에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이 서울 광진구에 운영하고 있는 분실물 보관센터에 물건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박자연 인턴기자/nature68@heraldcorp.com]
경찰청이 서울 광진구에 운영하고 있는 분실물 보관센터에 물건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박자연 인턴기자/nature68@heraldcorp.com]

▶ 관공서, 공공기관 접수분 포함하면 습득물 더욱 많아=실제 관공서와 공공기관에 접수되는 습득물 건수는 더욱 많다. 지난 2011년 일부 개정된 ‘유실물법’ 제 1조는 유실물을 경찰서와 일선 지구대ㆍ파출소ㆍ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자치경찰단 사무소로 이관하도록 지시했지만, 대부분 공공기관들은 따로 분실물 센터를 운영하고 일정기간 물건을 보관한다. 공공장소에서 물건을 잃어버린 분실자들이 더 손쉽게 물건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다.

유실물은 일반 분실물에 범죄자가 놓고간 물건, 실수로 가져간 타인의 물건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서울도시철도의 경우 지난해 13만6117건의 유실물이 접수됐는데, 그중 22.5%인 3만679건만이 경찰로 넘겨졌다. 나머지 중 9만9875건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분실자에게 물건을 직접 인계했다. 5월을 기준으로 5563건의 유실물은 철도공사 유실물 센터에서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담당자들은 분실물 격무로 인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한 지하철역사에서 일하고 있는 역무원은 “요즘 무선 이어폰이 대중화되면서 출퇴근 시간 선로 유실물이 늘어나고 있다”며 “선로에 떨어진 물건을 찾기 위해서는 막차가 지나가고 단선까지 기다린 뒤 스크린도어를 열고 내려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레일 유실물 담당자도 “하루 평균 50건 정도 유실물이 들어온다. 소액 현금이나 보석 같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물건들을 찾아달라고 연락이 올 때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