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차익거래 유인확대 국채 중심 현선물 동시에 한은, 추가 완화에 베팅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이달 들어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하며 10년 만의 최대 기록을 쓰고 있다. 환율, 외환(FX) 스왑 등 재정거래 유인이 확대된 데다, 경기 둔화 우려로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31일 코스콤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채권시장에서 오전 10시 20분 현재 192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국채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나타나며 3ㆍ10년물 수익률이 전날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30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9조8685억원에 달했다. 전월(2조7190억원)의 3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자,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0월 10조572억원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외국인의 채권 매입은 국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달 국채 순매수 금액은 5조9706억원으로, 통안채(통화안정증권) 3조6167억원을 넘어섰다. 통상 외국인은 만기가 1∼2년 이내로 짧은 통안채를 선호하지만,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심리에 국채를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외국인이 현ㆍ선물을 역대급으로 사고 있다. 선물시장의 외국인 포지션이 크게 확대되면서 미결제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현물은 5년, 10년 구간도 매수량이 많아 엔드(보험사, 중앙은행 등) 쪽 수요도 들어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경으로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 FX스왑포인트(선물환율-현물환율) 마이너스폭 확대 등으로 차익거래 환경이 우호적으로 형성됐다는 점이 꼽힌다. 환율은 달러당 1190원 내외에서 등락하고 있고, FX스왑포인트는 12개월물 기준으로 4월 초 -14.5원에서 연고점을 찍고 -17원대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시장 관계자는 “활발한 재정거래가 가능한 환경에다 다른 나라보다 성장세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의 베팅이 들어온 것 같다”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인하를 염두에 둔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미ㆍ중 무역분쟁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로 격화되면서 반도체, 중간재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 부도위험을 가리키는 외평채 5년물 CDS프리미엄도 3월 5일 28.39까지 낮아졌다가 상승곡선을 그려 이달 29일에는 36.86까지 높아졌다.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을 낮춰 잡으며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자본시장연구원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올해 성장 전망치를 2.2%로 하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스, 소시에테제네랄 등 다수의 투자은행(IB)들은 하반기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장재철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않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까지 금리를 내린다면 금리인하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며 “미ㆍ중 협상 불확실성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환율은 최고 1210원까지 오를 수 있고 떨어져도 1140∼1150원으로 하단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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