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 인사권 일부 본부장에게 주기로 -‘전부보고 일부지휘’ 보완 -청장 추천 본부장…옥상옥 우려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경찰이 경찰청장이 가진 수사라인 인사권을 국가수사본부장에게 넘기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라인으로부터의 보고를 경찰청장도 받을 수 있게 하며 생긴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독립성 훼손 여지를 인사권 보장으로 보완하겠다는 의지에서다.

하지만 경찰 100년 역사 이래 처음 시도되는 국수본 설치라 우려는 적지 않다. 국수본부장 직의 추천권을 경찰청장이 가지고 있어 독립적 수사가 가능하겠냐는 걱정부터, 보고는 경찰청장과 국수본부장에게 동시에 하되 지휘는 국수본부장으로부터만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등 여러 우려가 동시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청장ㆍ경찰서장 등 인사권 ‘국가수사본부장’ 수사라인에 일부이양=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국가수사본부장의 수사라인 통제를 위해 경찰청장과, 지방경찰청장, 경찰서장이 가진 ‘인사권’의 일부를 수사라인에 넘기기로 했다.

인사권은 전보, 근무평정, 승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찰청장은 경찰 계급 중 경정, 총경, 경무관, 치안감, 치안정감 등 경정이상의 인사권을 가진다. 경찰청장은 경정의 인사권의 경우 지방경찰청장에게 위임해, 실제로는 총경 이상의 인사권만 행사한다. 일선 경찰서 서장의 경우 경감 이하 경찰들의 인사권을 가진다.

국가수사본부장이 신설되면 일선서의 경우 수사과장과 형사과장이, 지방청의 경우 수사부장이, 경찰청의 경우 인사권의 일부를 국가수사본부장이 가지게 된다. 수사라인에 인사권 일부를 쥐도록 해 경찰청장과, 서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보, 근무평정, 승진 등 어느 수준의 인사권을 수사라인에 넘길지는 현재 논의중”이라며 “법 개정 사안은 아니다. 경찰공무원임용령 경찰공무원승진 규정 등의 개정작업을 진행중”이라고 했다.

▶구체 지휘권은 국수본부장이 가져= 수사라인에 관서장과 청장이 가진 인사권의 일부를 넘기기로 한 것은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청장과 관서장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전날 당정청은 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해 ‘일반적인 지휘’는 경찰서장과 청장이 ‘구체적인 지휘’는 국가수사본부장을 필두로한 수사라인이 내리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청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구체적인 지휘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 및 이와 직결되는 세부사항과 관련된 지휘 감독’을 의미한다. 영장신청과 체포, 입건여부 등이다. 반면 일반적인 지휘는 ‘수사의 적법상과 적정성 확보를 위해 수사과정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 절차’등이다.

문제는 이원화된 지휘 체제와 달리, 수사 상황에 대한 보고는 서장과 경찰청장의 요청에 따라 전부 해야된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번 개혁안을 통해 일선 서장은 '수사과장 형사과장'으로부터, 경찰청장은 국가수사본부장으로부터만 보고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사과정에서 관서장의 영향을 배제하겠다는 국가수사본부의 신설 의도와는 달리 서장과, 청장의 입김을 피해갈 수 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모든 지휘를 서면으로 하라는 내용이 개혁안에 담겼지만 수사과정에서 모든 보고를 받을 수 있는 관서장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인사권 조정을 통해 관서장의 눈치를 보지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수본부장 외부아닌 ‘개방형’ 현직 경찰도 가능…옥상옥 우려 여전= 전날 당정청 회의를 통해 경찰청장이 언론용으로 배포한 보도 자료를 보면 국가수사본부장 신설항목에 ‘경찰청 산하’라는 내용이 빠져 있다. 국가수사본부와 함께 새로 신설되는 인권정책관 앞에 ‘경찰청 내 개방형 인권정책관 신설’이라는 설명이 붙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가수사본부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경찰청 내 조직이라는 설명을 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새로 신설되는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청 산하로 편재돼 있다. 경찰청장이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 국가수사본부장이 경찰청 내 기존에 있던 수사조직을 지휘하도록 한 것이다. 경찰내 수사기능을 가진 수사국, 사이버안전국, 과학수사관리관실 등 수사부서가 국가수사본부 산하고 통합될 전망이다.

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장을 개방형으로 뽑기로 했다. ’개방‘은 내부와 외부 인사가 모두 국수본부장직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즉 경찰 인사가 추천 될 경우 국가수사본부장의 자격요건은 치안정감, 또는 치안정감 승진을 앞둔 치안감이다. 경찰은 10년이상 수사업무에 종사한 검찰, 판사 등에도 문호를 열어놨다.

문제는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기 때문에 국가수사본부장의 수사 지휘시 경찰청장의 입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치안감 등 경찰 내부에서 임명될 경우 경찰이 공언한 수사 통제를 담보하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 실효없이 보고라인이 하나 더 생기는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