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세단→SUV’ 대형화 추세 북경자동차그룹·비야디·바이두 등 中업체 가성비 앞세워 점유율 확대 소형 세단 위주 국내 완성차 업체 시장선점 위해선 라인업 확대 절실
#1.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2019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선 SUV(스포츠유틸리티차)급의 전기자동차(xEV)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소형 세단 중심이었던 전기차의 영역을 SUV와 대형 세단으로 확대하는 완성차 업체들의 미래 전략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2. 지난 2일 코엑스에서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는 중국 전기차들의 공세가 두드러졌다. 북경자동차그룹(BAIC)은 중형 세단 ‘EU5’, 중형 SUV ‘EX5’, 소형 SUV ‘EX3’ 3종의 라인업을 선보였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의 핵심축으로 떠오른 대형화를 앞세워 국내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전기차가 ‘가성비’를 넘어 대형화ㆍ고급화로 진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규제에 대응하고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려는 행보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대표주자인 현대ㆍ기아자동차의 위기감은 역력하다. 수소전기차 넥쏘(Nexo)를 제외하면 세단에 국한된 친환경차 라인업이 경쟁사 대비 열위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점유율 확대를 위한 라인업 확대가 현대 ㆍ기아차의 최대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세단에서 SUV로, 전략의 변화=선진시장을 중심으로 세단 수요는 SUV와 전기차로 대체되면서 급격히 축소하고 있다. 실제 세단 수요는 2014년 4800만대를 정점으로 2018년 4260만대로 540만대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세단 수요 비중이 30%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ㆍ중국 등 G2 시장에서 세단 수요는 2014년 대비 2018년 280만대가 감소했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3월 세단 판매 실적은 약 5만7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줄었다. 같은 기간 SUV가 약 5만1000대로 5.3%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세단 라인업을 철수하고 SUV와 픽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GM이 임팔라, 아베오 등 6개의 세단 라인업을 단종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포드도 지난달 머스탱, 포커스를 제외한 세단 라인업을 단종한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체들의 라인업 전환은 미래차 전략과 맞물려 변화를 야기했다. 주요 업체들이 각종 모터쇼에서 SUV 차급의 xEV를 주력으로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기차 대형화, 새 시장을 열다= 전기차 부문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중국이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업체 카세일즈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총 76만9000대로 20만9000대를 기록한 미국의 3.7배에 달했다. 노르웨이(4만6000대), 독일(3만5000대), 프랑스(3만1000대) 등이 뒤를 이었지만 규모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북경자동차그룹(BAIC)을 비롯해 비야디(BYD)는 지난해 각각 16만5000대, 10만5000대를 판매하며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대표주지인 테슬라(24만5000대)를 압도했다.
신규 업체들의 등장도 주목된다. 바이두와 텐센트의 투자를 받은 NIO는 SUV 전기차인 ES8 모델과 함께 콘셉트카를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선보였다. 중국 자본으로 미국에 설립된 SERES는 500km의 주행거리와 제로백 3.5초의 성능을 갖춘 SUV ‘SF5’를 발표했다. 중국의 슈퍼카 제조사 ICONA는 JD닷컴과 제휴를 통해 자율주행을 염두에 둔 신기술을 공개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보급되는 상황에서 SUV 시장은 사실상 무주공산”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긴 주행거리를 가진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 SUV 전기차의 성장세는 주요 업체들에 거대한 경쟁상대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업체 잰걸음…퍼스트 무버 가능할까= 현대차그룹은 소형 SUV ‘ix25’와 K3 등을 중국 시장에 선보였다. 하지만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하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현대ㆍ기아차의 변화가 뚜렷하지만 수소전기차 부문을 제외하면 SUV 전기차로 방향을 전환한 경쟁사들에 다소 밀리는 형국”이라며 “차량 전동화와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대한 비전과 함께 전기차 라인업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대ㆍ기아차의 강점은 광범위한 판매망과 AS망이다. 라인업 확대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되는 2021년 이후로 예상된다. 다만 대형화 여부는 미지수다. ‘쏘울’과 비슷한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 급의 플랫폼만을 고집한다면 대형화 추세에서 한 걸음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현대ㆍ기아차가 소형 세단에 집중된 트림을 선보이는 사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전체 라인업을 갖추고 전방위적으로 미래차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며 “대리점이나 총판권 등 중국 완성차 업계의 세부적인 국내 진출 계획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실제 출시되면 그 파급력은 생각 이상으로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ㆍ가아차는 2025년까지 xEV 44개 차종을 출시하고 167만대를 판매해 글로벌 3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 완성차 업체보다 우위에 있는 첨단기술과 공유 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가 선보인 모바일 기반의 전기차 튠업을 바탕으로 전 세계 공유차 시장을 겨냥한 전략은 긍정적”이라며 “그룹 외 업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전기차 판매와 공유 서비스를 동시에 공략하는 청사진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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