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 “SK이노베이션이 핵심인력ㆍ기술 빼갔다” - 양사 모두 파우치형 車배터리 주력…선-후발주자간 경쟁 치열 - SK이노 미국시장 강화 전략 LG화학과 충돌…장기전 예고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LG화학이 특허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소하며 소송전이 벌어지게 된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과감한 시설투자와 신기술 확보를 통해 LG화학이 갖고 있던 기존 시장 잠식을 가속화하면서 양사간의 분쟁의 불씨는 언제든 발화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었다는 것이다.
LG화학이 가장 이번 미국 소송을 제기한 가장 큰 이유는 인력 유출문제였다. 이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적을 옮기며 LG화학이 보유한 배터리 핵심기술과 영업 비밀을 함께 가지고 갔다는 것이다.
LG화학은 30일 미국 소송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핵심기술 유출의 우려가 높은 자사 인력 빼가기를 거듭했다고 지적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불과 2년만에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대거 빼갔다”며 “이 가운데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인력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지금도 SK이노베이션이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LG화학의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들이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건에서 1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 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인력유출 분쟁의 핵심은 양사의 주력제품이 ‘파우치형 배터리’로 겹친다는 점에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 공장 기공식을 통해 자유롭게 형태를 변형할 수 있는 파우치형 배터리에 집중해 오는 2023년까지 글로벌 톱3 배터리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중대형 배터리 시장에서 파우치형 전기차 배터리 수주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G화학의 시장전략에 도전장을 내민 것과 다름없다.
LG화학은 인력 유출방지를 위해 지난 설 명절을 전후해 전지 부문에 400~500%의 연말 성과급을 지급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경쟁사로의 인재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다급한 모습을 보여준 대목이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시장 강화 전략이 LG화학의 미국 소송의 배경이 됐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을 대상으로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ITC에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다. ITC가 만일 LG화학의 손을 들어줄 경우 SK이노베이션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미국 사업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폭스바겐으로부터 2022년부터 2029년까지 공급할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수주하며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에 나서며 보폭을 넓히고 있는 모습도 LG화학이 위기감을 느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일단 LG화학의 미국 소송 제기와 관련 사업ㆍ법무부문의 검토를 거쳐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SK이노베이션이 미래 성장발판으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미국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 이번 소송전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정면대응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주력 제품에 시장까지 겹치는 두 업체가 어떤 식으로든 충돌할 것으로 예상했던 관측이 많았는데, 이게 현실화됐다”며 “양사가 치열한 소송전에 나설 경우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은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윈-윈하는 방안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igiza7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