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개편, 탄력근로 확대 이은 또다른 친노동정책 궤도수정 사례 주목 비준 동의안 先제출 노동계 요구 거부…노동계 “직무유기” 반발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정부가 노동자 단결권 강화를 위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을 먼저 국회에 제출하라는 노동계의 ‘선비준 후입법’ 요구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친노동정책’ 수정에 속도가 붙고 있다. 최저임금 개편과 탄력근로 확대 추진에 이은 친노동정책 궤도수정의 또 다른 굵직한 사례여서 주목된다.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 논의가 난항을 겪자 노동계를 중심으로 ILO 핵심협약부터 비준하자는 ‘선 비준 후 입법’ 주장이 확산하고 있지만 정부는 ILO 핵심협약 기준에 맞게 국내 노동관계법을 개정하고 나서 협약을 비준한다는 ‘선입법 후비준’ 로드맵을 계속 추진키로 했다.

김대환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국장)은 “ILO 결사의 자유 협약은 입법 사항에 관한 조약이므로 대통령이 비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이 협약과 상충하는 법 개정 내지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헌법에 따른 조약 비준 절차를 고려할 때 가능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전한 방법으로 가는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경사노위 논의를 지켜보면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정부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비준 동의안 제출에 나서야 한다는 노동계 요구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1년 안으로 국내법을 개정하면 되는데, 현재처럼 ILO 핵심협약과 상충하는 모든 법령을 개정하고 비준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은 사실상 비준을 하지 말자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정부는 노사정 합의를 더 기다리지 말고 서둘러 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라고 요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더 책임을 떠넘기거나 핑계를 찾지 말고 지금 당장 국무회의를 거쳐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송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ILO 핵심협약 비준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점을 거론하고 “고용노동부는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인 지금까지도 ILO 핵심협약 비준안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다”며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시민과 국제사회에 대한 기만”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취임을 전후로 ‘고용참사’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 등 ‘친노동정책’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의 일환으로 추진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과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못해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궤도수정 방향 자체는 제대로 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가 해마다 수십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퍼붓고 있지만 노인일자리 양산에 그치고, 30·40대 젊은층의 고용 창출력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에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에 수정을 가해 일자리에 숨통을 트게 하려는 조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ILO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싼 노사정 갈등문제는 투쟁적인 노사관계가 엄존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현실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이라는 대선공약 달성에만 집중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어떤 방향으로 궤도 수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일자리는 정부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민간기업이 만들어야 하는데 최근처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친노동정책이 쏟아지고, 여기에 지나친 노동자의 단결권 행사로 인해 기업경영권이 위축되는 경우 기업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어렵다”며 “임금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고용의 폭을 넓혀서 소득 확대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맞고, 경직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줄 노동개혁과 규제혁신 등 구조개혁을 통해 민간일자리를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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